한국은행이 단기금융시장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대출의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증권을 오는 11월1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증권사·증권금융 등 한국은행이 알피매매를 하고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알피매입(총 6조원 수준)에 나선다. 시장 안정을 위한 3종 세트를 내놓은 셈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해줄 때 인정해주는 적격담보증권,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및 알피매매 대상증권을 은행채와 9개 공공기관발행채권(특수은행채 추가)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최종 대부자’로서 한은이 담보증권 및 RP매매 대상증권 목록에 기존 국채·통화안정증권·정부보증채·주택금융공사 자산유동화증권·특수은행채 이외에 은행채 및 한국전력공사 등 9개 공공기관 발행채권을 포함한 것이다. 한은은 “국내은행들이 한은에 은행채 등으로 담보를 납입할 수 있게 됨으로써 확보하게 되는 국채·통안채 등을 통해 유동성 규제비율 준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처로 국내은행들이 추가로 확보해 활용 가능한 고유동성자산(국공채 등) 규모는 최대 29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최근 은행들이 은행채를 대규모 발행하면서 다른 회사채·여신전문채 등 신용채권발행시장을 구축하고 있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다. 은행채가 적격담보증권에 포함되면서 이제 은행들은 기존 보유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한은은 또 금융기관들 끼리 돈을 빌려주고받는 최종결제(차액결제)시 한은에 결제이행 보장을 위해 한은에 납입해야 하는 담보증권(10월 24일 현재 52조2천억원) 제공비율도 단계적 인상계획(내년 2월1일 70%→80%)을 3개월간 연기했다. 국제기준에 맞추기 위해 2025년 2월까지 매년 10%포인트씩 이 비율을 인상하기로 했으나 순차적으로 유예했다. 이 담보 비율이 유지되면 금융기관은 국고채·통안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된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의 담보 부담이 7조5천억원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 두 조처는 3개월 후에 연장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단기금융시장 안정과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증권사·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RP매매 기관을 대상으로 RP매입(총 6조원 수준)도 한시적으로 실시한다. 한은은 “RP매입으로 공급된 유동성은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다시 흡수되는터라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지금의 통화정책(긴축) 기조와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RP 매입대상 기관은 증권사·증권금융 등으로, 매입규모는 총 6조원(잔액기준)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난 23일 발표된 정부 조처(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3조원 유동성 지원)와는 별도의 조치다. 환매조건부채권의 환매 만기는 91일물 이내다. 한은은 “주로 단기물(14일물 등)을 활용해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유동성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단기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할 때 매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