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인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내주 3조원의 추가 자금을 조성한다. 시장참가자들과 연달아 만나며 시장안정화 조처를 발표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시장 ‘큰손’인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추종매수, 환매 자제를 당부하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요청했다.
2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금융회사, 정책금융기관과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를 열고, 다음 주 중 채안펀드와 관련해 3조원 규모의 1차 추가 캐피탈콜(투자 결정 시 자금요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캐피탈콜로 인한 금융기관의 출자부담을 완화하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금융기관은 순차적으로 분할 출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50조원 플러스 알파의 유동성 지원 조처를 발표하며 20조원 규모로 채안펀드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부터 기존에 남아있던 여유재원(1조6천억원)을 활용해 기업어음(CP) 등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금융위는 “최근 단기자금 시장 투자수요가 위축된 상황을 고려해 매입조건을 완화했다”며 “시장 소화가 어려운 회사채나 여전채 매입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업계(삼성·케이비(KB)·디비(DB)·한화·에이스(ACE))와 만나 자금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자산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동성 비율을 규제할 때 만기 3개월 이하의 자산만 유동성 자산으로 인정하는데, 앞으로는 활성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의 채권 등도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보험회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라고 보험업계에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여전업권, 금융지주사, 상호금융권, 보험업권 등과 간담회를 차례로 열고 시장안정화 조처를 연달아 발표하는 한편, 시장참가자들의 자체적인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전날인 27일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금감원과 함께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과도한 추종 매수, 대규모 환매는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채권 매각, 펀드 환매 등의 시기를 분산하고 머니마켓펀드(MMF)에서의 환매를 자제하는 등 ‘큰손’인 대형 기관투자자들에게 책임있는 자세를 요청한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에는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을 적극 매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은 신용보증기금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사채와 대출채권에 보증을 제공해 발행하는 증권이다. 채안펀드가 금융회사들이 출자해 우량한 채권을 사들인다면,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은 내부 지침에 따라 투자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차환발행 주관사인 케이비(KB)증권은 28일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차환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케이비증권은 현대건설 2005억원, 롯데건설 1710억원, 대우건설 1708억원에 대한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보증 방식으로 모두 5423억원의 자신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만기 83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만기 83일)를 발행했다. 이번 차환에는 정부의 채안펀드가 참여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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