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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오봉역 사망 인력 탓 말라”는 원희룡의 질책, 사실일까 [뉴스AS]

등록 2022-11-14 17:34수정 2022-11-14 20:16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대 단축이 국정과제
3조2교대를 4조2교대로 전환에 현장인력 줄어
최소 1800여명 증원 필요에도 정부는 모르쇠
지난 5일 30대 철도노동자가 입환(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진 경기도 오봉역. 연합뉴스
지난 5일 30대 철도노동자가 입환(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 중 열차에 치여 숨진 경기도 오봉역. 연합뉴스

“자기들끼리 담합하다가 인원과 예산 탓하는 낡은 습성”, “밑 빠진 독에 끼리끼리 서로 자기 이익만 서로 감싸주는 체계를 고치지 않고는 이런 사고가 계속 나게 돼 있다.”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발생한 경기도 오봉역 철도노동자 사망 사고를 두고 한 말들이다. 원 장관이 언급한 ‘담합’은 2018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4조2교대제 전환 근무 합의다. 4조2교대제가 무엇이고 추진 과정이 어땠기에, 국토부는 이런 반응을 내놓는 것일까.

코레일 노사는 2018년, 3조2교대제 근무를 4조2교대제 근무로 전환하는 합의를 했다. 이는 당시 정부의 국정과제인 ‘2022년까지 1800시간대 근로시간’을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기존 3조2교대제에서는 주간(아침9시∼오후7시·1시간 휴게시간) 이틀, 야간(오후7시∼아침9시·5시간 휴게) 이틀을 연속으로 일한 뒤 이틀을 쉬었다. 이틀 연속 야간근무를 할 때는 아침 9시에 퇴근했다가, 당일 오후 7시에 다시 출근하는 셈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여기에 통상 대체근무와 연장근로가 따라붙어 주 근무시간이 52시간을 훌쩍 넘기곤 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노사는 긴 시간 논의 끝에 주간(아침 9시∼오후6시30분·1시간 휴게), 야간(오후6시30분∼아침9시·3시간 휴게)으로 한번씩 일하고, 이틀 쉬는 4조2교대제 도입에 합의했다.

문제는 인력이었다. 같은 인력이 3개조에서 4개조로 나뉘니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줄어든다. 그만한 추가 증원이 필요하다. 애초 ‘주 52시간제’ 등 노동시간 단축의 여러 기대 효과 중 하나는 이런 추가 일자리 창출이다. 더욱이 4조2교대제 전환은 코레일 노사만 특수하게 합의한 것이 아니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지에스(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24시간 현장이 가동되어야 하는 정유업계에서도 지난해 속속 도입됐다.

당시 필요한 인력 증원을 산출하기 위해, 코레일은 노조와 합의해 삼일회계법인에 직무진단을 맡겼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삼일회계법인의 진단 결과 보고서를 보면, 당시 코레일 정원은 약 3만명이고, 4조2교대제 전환에 따른 추가 소요인력은 단순 계산시 4188명이었다. 다만 전환배치 등 인력운용 최적화 노력을 기울이면 최소 1865명이 더 필요한 것으로 도출됐다. 이렇게 해도 1인당 근로시간은 연 101시간 줄어 1945시간으로, 국정과제보다 길다.

코레일은 2019년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에 1865명 증원을 요구했다. 공기업의 정원 확대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박 의원에게 최근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교대제 개편에 따른 증원을 1명도 해주지 않았다. 노조는 “그 결과 오봉역 작업자가 16명에서 13명으로 줄고, 3인 1조로 하던 입환 작업을 2인 1조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입환 작업은 숨진 노동자가 했던 기관차 뒤에 시멘트 화물차량을 연결·분리하는 작업으로, 심야에 곡선 선로가 많고 노동자 보행로가 따로 없는 오봉역에서는 특히 위험한 업무로 여겨진다.

철도 현장의 4조2교대제 전환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노력은, 정부의 인력증원 반대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지금도 4조2교대제 전환이 안착되지 못한 채 시범운영 중”이라며 “코레일이 국토부에 교대제 전환 중간 보고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정부도 현장 인력이 줄어드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사고는 이를 수수방관한 정부 책임”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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