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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년새 4번 오락가락한 상장주식 양도세…과세 로드맵은 ‘뒷전’

등록 2022-11-15 20:54수정 2022-11-16 00:57

정부도, 야당도 과세 앞두고 오락가락
조세원칙, 중장기 과세 로드맵은 뒷전
한 취업준비생이 휴대전화 주식 애플리케이션으로 현황을 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 취업준비생이 휴대전화 주식 애플리케이션으로 현황을 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국내 상장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최근 1년 사이에만 4차례나 정부와 정치권 입장이 뒤집히는 부침을 겪었다. 불편한 결정을 미루는 정치적 판단이 대세가 되며 정작 조세 원칙을 지키려는 과세 로드맵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금투세 시행을 2년 미룬다는 정부안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해왔다. 그러나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내년 금투세 과세 시행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말하며 당내에서 입장들이 갈리고 있다.

금투세 과세는 정책 결정권 및 영향력을 가진 이들의 오락가락 행보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투세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 등 상장 주식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공모 주식형 펀드 등을 사고팔아 번 소득이 연 5천만원을 넘고, 채권·파생상품·해외 주식·비상장 주식 등의 양도차익이 연 250만원을 초과하면 초과액에 20% 세율(3억원 초과분은 25%)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현재 배우자·직계존비속 등을 포함해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또는 지분율 1%(코스닥은 2%) 이상인 세법상 ‘대주주’에게만 과세하는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를 주식 거래로 번 돈이 연 5천만원을 넘는 모든 투자자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앞서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세법을 개정해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인 올해 1월 주식을 팔 때 내는 증권 거래세 폐지 공약 대신 주식 양도세 폐지를 ‘깜짝 공약’으로 내걸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전면 폐지가 재벌 등 소수의 대주주 특혜라는 지적이 일자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금투세 시행 2년 유예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 정부 출범 뒤인 지난 7월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본인이 보유한 주식이 종목당 100억원 이상인 투자자로 추가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까지 금투세 내년 시행을 주장하다가 다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과세 유예에만 힘이 실릴 뿐, 소득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 원칙이나 중장기 과세 로드맵 등은 논의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금투세 내년 시행을 반대하는 쪽이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로 ‘큰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면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세 과세 대상인 상장 주식 양도차익 연 5천만원 초과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0.9%(2019∼2021년 국내 5개 증권사 기준)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보유 주식 비중이 큰 까닭에 금투세 과세가 이들의 매도를 부추기면 가뜩이나 침체한 시장에 악재가 되리라는 얘기다. 큰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미국 증시 등 해외 투자로 돌아서면 달러 수요가 늘어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시장 영향을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주식도 양도차익에 20% 세율로 양도세를 물리는 만큼 금투세를 피하려고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말은 별로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는 대주주 분류 기준일인 연말에 보유 주식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려는 매도 물량이 많은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이런 일시적 매도가 줄어드는 순기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 하나로 집값이 좌우되지 않은 것처럼, 금투세 도입를 향한 시장의 우려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주식 거래 차익이 적은 소액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 때마다 부담하는 증권 거래세가 양도세보다 더 큰 부담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이 거래세 폐지를 앞세우는 정치적 설득 노력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금투세는 2년 전에 여야가 합의해 과세를 2년 유예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인 만큼 조세 정책의 일관성과 공평 과세 측면에서 예정대로 내년 시행하는 게 맞다”라며 “양도차익 기본공제 5천만원 확대와 더해 손익통산, 결손금 5년간 이월공제 등까지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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