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재고 자산이 연초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재 수출 업종 기업의 재고 증가율이 높았다.
2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재고 자산을 공시한 195개 기업(금융사 제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3분기 말 기준 재고 자산은 165조4432억원으로 지난해 말(121조4922억원)보다 36.2%(43조9510억원) 증가했다. 이는 연결재무제표상 상품과 제품 및 반제품 재고 자산의 장부 금액 기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재고 자산 증가율은 올해 1분기 7.5%에서 2분기에 13.8%로 급증했다가 3분기에는 11.3%로 낮아졌다. 2분기를 정점으로 증가율이 다소 둔화한 것이나 여전히 두자릿수 증가세다.
수출 부진 여파로 상품보다 제품·반제품의 재고 증가세가 가팔랐다. 상품은 기업이 수입·구매해 보유중인 물품이고, 제품은 기업이 생산한 완성품, 반제품은 추가 가공이 필요한 중간재다. 상품 재고 규모는 작년 말보다 27.2% 증가(19조9147억원→25조3334억원)했는데, 같은 기간 제품 및 반제품 재고는 37.9% 증가(101조5775억원→140조1098억원)해 증가율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전기전자 업종의 재고가 가장 많이 늘었다. 이들 업종(19개사)의 재고는 지난해 말 40조3613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58조4188억원으로 18조575억원(44.7%) 증가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3분기 말 재고는 각각 36조7204억원, 3조4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각각 42.6%, 174.7% 증가한 것이다. 배터리 1위 업체인 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 금액도 지난해 말 2조4278억원에서 3분기 말 5조7125억원으로 135.3% 급증했다.
다음으로는 석유화학 업종(25개사)의 재고가 많이 늘었다. 엘지화학(7조5938억원)이 작년 말 대비 62.6%, 에스케이이노베이션(6조574억원)은 64.6% 증가했다.
자동차 업종(26개사)의 재고 증가율은 23.5%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3분기 말 재고는 8조406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4%, 기아는 5조8387억원으로 15.2% 늘어났다. 반면 한국타이어테클놀로지(45.3%), 넥센타이어(44.5%), 금호타이어(41.4%) 등 ‘타이어 3사’는 40%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말 대비 재고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포스코에너지(287.5%)다. 이어 덕양산업(271.5%), 삼성바이오로직스(245.2%), 에스케이하이닉스(174.7%), 현대오토에버(171.0%), 삼천리(160.2%), 엘아이지(LIG)넥스원(135.5%), 엘지에너지솔루션(135.3%), 엘엑스(LX)세미콘(134.9%) 등의 순이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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