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 이후에 논의가 가능하다”며 파업 철회 전에는 논의를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과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여야 논의기구 구성’ 방안에 대해 “일단 화물연대가 빨리 복귀를 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2일 당·정 협의를 통해 ‘3년 일몰 연장, 품목 확대 반대’ 입장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민주당이 정부·여당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도, 화물연대가 복귀를 해야만 논의가 가능하다고 사실상 입장을 바꾼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 15일째인 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있는 화물차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실장은 ‘3년 일몰 연장 입장 자체가 바뀌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8일) 철강, 석유화학 운송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결정됐고, 산업과 국가 경제 피해가 커 운송 복귀부터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운송 복귀를 하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를 폐지(연말 일몰)한다는 것인가’란 질문에도 “일단은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복귀를 결정하면 3년 일몰 연장안을 논의할 수 있느냐’란 질문에도 “국회하고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 안팎에선 여야가 안전운임제 3년 일몰 연장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는 기간에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질 빌미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내린 날에 (민주당 안에 대한) 정부안을 언급하는 것이 빠른 (파업) 복귀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실무 절차에 곧바로 착수했다. 국토부·지방자치단체·경찰로 구성된 86개 합동조사반이 운송업체를 현장방문해 파업 참여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조사 대상자가 철강은 6천명, 석유화학은 4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대상 규모가 큰 만큼, 업체 50곳과 차주 3천명을 추려 우선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업무개시명령 이유에 대해 “국가경제 위기를 예방하고 불법집단행동의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명분없는 요구 관철을 위한 2주간의 대규모 물류 중단 사태는 우리 경제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다”며 “불필요한 갈등에 힘을 소진할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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