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액을 665억원만 인정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 대리인단은 19일 “최 회장 소유의 에스케이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 제외한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항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이날 입장을 내어 “해당 주식은 선대 최종현 회장이 상속·증여한 게 아니라 혼인 기간 중인 1994년에 2억8천만원을 주고 매수한 것”이라며 “그 뒤 원고의 경영 활동을 통해서 그 가치가 3조원 이상으로 증가하였으며, 그 가치 형성 과정에 피고가 내조를 통해 협력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쪽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특유재산(상속재산)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당초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에스케이㈜ 주식 1297만여주 가운데 절반가량을 분할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에스케이 주식은 부부가 공동으로 일군 분할대상 재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노 관장은 항소장에서 ‘2억8천만원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 최 회장, 또는 부부가 직접 산 것’이란 취지로 다시 반박한 것이다. 대리인단 쪽은 주식 매수 자금의 출처에 대해 “항소 입장문 외에 아직 밝힐 게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노 관장이 주장하는 ‘2억8천만원’은 재산분할 소송의 핵심 쟁점인 동시에 최 회장의 재산 형성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숫자다.
최 회장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스케이㈜ 주식은 옛 대한텔레콤 주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텔레콤은 1991년 선경(현 에스케이)그룹이 이동통신 시장 진출을 노리고 계열사(유공·선경건설)들의 출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다. 같은 해 제2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노태우 대통령의 사위 기업이라는 비판이 일자 사업권을 반납했다.
3년 뒤인 1994년 최 회장(당시는 부장)은 대한텔레콤 지분 가운데 유공이 갖고 있던 70%(70만주)를 2억8000만원(주당 400원)에 매입했다. 사업권 반납으로 사실상 깡통이 됐다는 이유로 주당 1만원 가치로 투자한 기업 지분을 400원에 넘겼다. 나머지 30%는 여동생 최기원 에스케이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전 남편이 사들였다.
최기원 이사장 남편 이름으로 돼 있던 대한텔레콤 지분 30%는 이혼 과정에서 최 회장 일가로 넘어갔고,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최 회장이 에스케이텔레콤의 대한텔레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재산을 불려온 사실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자 에스케이텔레콤에 무상 양도했다.
대한텔레콤은, 지금은 에스케이 지주회사에 통합된 시스템통합(SI) 업체 에스케이씨앤씨(C&C)의 전신이다. 대한텔레콤은 최 회장 일가가 지분을 취득한 뒤 에스케이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시스템 구축·유지보수와 전산시스템 구매·관리 등을 대행하며 ‘리베이트’를 받는 식으로 손쉽게 이익을 내는 구조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1997년)를 보면, 대한텔레콤은 설립 이후 3년간 매출이 전무하다 1994년 에스케이텔레콤으로부터 용역 및 장비구매 사업 등을 넘겨받기 시작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연매출이 1994년 28억원에서 3년만인 1996년에는 709억원으로 급증했다.
1997년 공정위는 대한텔레콤의 1인당 영업이익률이 유사 기업의 24배에 이를 정도로 부당한 계열사 지원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에스케이씨앤씨가 지주회사에 합병되기 전 내부거래 비중은 40%, 연매출은 2조원에 달했다. 최 회장은 씨앤씨를 2015년 지주회사 에스케이와 합병해 현재의 그룹 지배력(지분율 17.37%)을 확보했다. 28년 전 종잣돈 2억8천만원으로 출발한 최 회장의 현재 주식 가치는 2조6340억원(19일 종가 기준)이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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