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내조 가치는?…“최태원 주식은 특유재산”에 항소 이유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재산분할액을 665억원으로 인정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비공개 대상인 이혼 판결문 핵심 내용까지 일부 공개하며 최 회장이 가진 에스케이 지분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노 관장은 19일 서울가정법원에 항소하며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냈다. 항소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최 회장 소유 에스케이 주식은 ‘특유재산’이 아니며 △내조와 가사노동 기여도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고 △이혼 소송에 불필요한 기업 경영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개입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는 지난 6일 최태원-노소영 두 사람이 혼인 기간 동안 일군 개인재산 중 665억원을 분할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은 지주사인 에스케이 주식 1297만5472주(지분율 17.37%)를 보유하고 있는데, 노 관장은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하며 그 절반을 분할해 달라고 청구했다. 법원이 모두 인정할 경우 에스케이그룹 지배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수준이지만, 1심 재판부는 ‘에스케이 주식은 선친(고 최종현 회장)에게 물려받은 지분에서 비롯한 것인 만큼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에 해당한다’는 최 회장 쪽 주장을 받아들여 에스케이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소유하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노 관장 쪽은 재벌 총수 일가 내부의 내밀한 주식 거래 사실까지 공개하며 최 회장이 가진 에스케이 지분 분할을 요구했다. 대리인단은 “에스케이 주식은 선대 회장이 최 회장에게 상속·증여한 것이 아니며, 혼인 기간 중인 1994년 2억8천만원을 주고 매수한 주식이 최 회장의 경영 활동을 통해 3조원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그 과정에 노 관장이 내조를 통해 협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 관장 쪽은 1심 재판부가 ‘전업주부의 내조와 가사노동만으로는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을 분할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실을 전하며, “이는 내조·가사노동 기여도를 넓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와 재판실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개인의 이혼 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고려해 재산분할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노 관장 쪽은 “부부간 분쟁에 의해 회사 경영이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거나,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인들에게 과도한 경제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법률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 쪽 불복 이유가 항소심에서 다퉈볼 만한 사안이라는 견해가 많다. 판사 출신 가사전문 변호사는 “1심 판결이 기업 경영 등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노 관장 쪽 권리를 좁게 인정했다면, 당사자로서는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퉈볼 만하다”고 했다. 다만 “최근 기업인의 이혼 소송에서 기업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범위에서 제외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계속되는 흐름이 있어서, 그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가사사건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최근 이혼소송에서는 재산분할 시 혼인생활 동안 여성 배우자가 제공한 가사노동과 내조 등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뚜렷한 것은 맞다. 그렇더라도 글로벌기업의 가치 상승에 내조라는 공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아 항소심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2021년 사망)씨의 딸인 노 관장은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최 회장과 결혼식을 올렸다. 세 자녀를 뒀으나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면서 이혼 소송이 시작됐다.

최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