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4일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제고”하겠다며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개혁과 금융·서비스·공공 등 3대 경제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거나 그나마 방향이 제시된 과제마저 ‘규제 완화’ 일변도다.
정부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미래를 대비한 체질 개선책으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노동개혁’ 과제를 꼽았다. 이 가운데 근로시간 유연화만 일부 내용이 제시됐고 나머지는 밑그림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현행 주 단위에서 연 단위까지 늘리는 방안이나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는 방안, 근로일 사이 11시간 휴식권 부여 등이다. 정부는 노동개혁 과제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거쳐 내년부터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줄곧 노동계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왔던 터라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질적 개편안은 도출되지 않은 채 정부의 ‘노동계 때리기’ 국면만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금개혁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큰 과제 중 하나지만 구체적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내년 3월에 나올 재정추계를 토대로 내년 10월 국민연금 개혁안과 연기금운용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법이 정한 정부의 개편안 제출 의무에 따른 조처일 뿐, 연금개혁을 위한 정부 의지가 담긴 정책 방향은 사실상 전무하다.
교육개혁은 대학 운영요건, 대학평가, 구조조정 등의 대학 개혁을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이 뼈대다. 교육부의 대학 기본 역량진단을 중단하고 대학운영 4대 요건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완전 자율화한다는 방침이다.
3대 경제혁신은 금융·서비스·공공 분야에서 추진된다. 금융혁신의 주요 과제는 금산분리 완화로, 정부는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구체적인 금산분리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 범위를 넓혀 각종 수익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혁신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내년 상반기에 발표해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 초기부터 강조해온 공공재정 혁신도 경제혁신의 하나로 언급됐다.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 진단 지표를 선별해 상시 모니터링하는 등 지속가능한 재정관리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방재정에도 건전성 기조의 재정운용방향을 확립하고 향후 5년 동안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을 16조원 이상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금산분리 완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등은 시민사회의 반대가 격렬한 상황이라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