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머리에도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수출과 대중국 수출이 두 자릿수로 줄며 부진을 지속했다. 올해 연간 전망에도 먹구름이 자욱하다. 한국 수출품을 사줄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관세청은 11일 이달 1∼10일 열흘 치 수출액이 138억6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0.9%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하루 늘어난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감소 폭은 14.1%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연속 뒷걸음질한 수출이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반도체 수출은 스마트폰 등의 수요 약화,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전년 대비 29.5%나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 폭이 지난해 11월(28.6%)과 12월(27.8%)보다 확대되면서 수출 부진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겨울 비수기에 들어선 철강 제품과 정밀 기기도 각각 12.8%, 11.5% 감소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대상 수출도 23.7%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부터 계속 수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감소폭도 지난해 10월부터 두 자릿수로 커졌다. 베트남(-5.1%)과 대만(-23%) 등을 대상으로 한 수출도 전년보다 부진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소폭 감소했던 수입은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1월 1∼10일 수입액은 201억34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3% 늘었다. 원유와 가스 수입이 각각 6.5%, 12.9% 감소했으나 석탄 수입은 26% 급증했다. 반도체(9.5%), 기계류(28.5%) 등도 수입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이달 1∼10일 무역적자(수출액-수입액)는 62억7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472억달러에 이르는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내고 올해도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무역적자는 지난달 같은 기간에 견줘서도 13억달러 남짓 불어났다.
연초 이후의 수출 개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국제기구인 세계은행은 10일(현지시각)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1.7%로 7개월 만에 1.3%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이 기구는 올해 국제 무역량이 전년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치며, 증가율이 지난해(4%)에 견줘 반 토막 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며 글로벌 수요 부진이 심화하리라는 것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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