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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노조엔 몽둥이, 기업엔 자율규제…불공정 앞장선 공정위

등록 2023-01-20 05:00수정 2023-01-20 13:44

“공정거래법은 경쟁법…화물연대에 적용 부적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가 찬반투표로 파업철회결정을 내린 지난해 12월9일 오후. 경기도 의왕ICD 제1터미널 인근 사무실 앞에서 노조원들이 해산결정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가 찬반투표로 파업철회결정을 내린 지난해 12월9일 오후. 경기도 의왕ICD 제1터미널 인근 사무실 앞에서 노조원들이 해산결정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조사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공정위가 대기업의 갑질과 권력을 제어하는 본연의 역할은 뒤로 한 채 정권 입맛에 맞춰 ‘노조 잡는 몽둥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는 규제를 강화하고 1인 자영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에는 경쟁법을 적용하지 않는 세계적 흐름에 우리 공정위가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규제 필요성에 공감대가 모이고 있는 플랫폼 독점에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노동조합 활동은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이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공정위는 네이버·카카오 등 ‘공룡 플랫폼’의 알고리즘 조작, 자사상품 우대, 리뷰 조작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는 ‘자율’에 맡기겠다면서, 전체 화물차주의 5%에 불과한 화물연대의 총파업에는 무리한 법 적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량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하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 등) 위반이 있었는지 살피겠다며 조사에 나섰고 지난 18일 화물연대를 조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화물연대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조처는 공정위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먼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 위원장은 “전통적인 노동자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며 “공정위가 그동안 화물노동자와 물류 회사 간 불공정 문제에 대해서는 발뺌하다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만 처벌한다는 것은 행정적 일관성조차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낸 지철호 고려대 특임교수도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으로 외국에선 경쟁법으로도 불린다”며 “화물연대의 파업은 경쟁을 제한하려는 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노조 때리기’에 연일 열을 올리게 된 배경에는 노조를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엄격하게 법집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공정위를 노조 잡는 몽둥이로 인식하는 한 ‘경쟁 촉진자’로서의 공정위의 역할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이번에 공정위가 업무보고를 법무부와 함께한 것이 무척 이례적으로 보였다. 공정위는 경제부처인데 법무부와 함께 사회부처로 묶여 검찰과 협력하라는 뜻으로 읽혀서 걱정”이라며 “이럴 경우 공정거래법이 형사법처럼 획일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경쟁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통상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와 함께 대통령 업무보고를 해왔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법무부·법제처와 함께 업무보고를 한 바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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