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을 터뜨리던 금융시장에 미국의 고용 지표가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달 미국 일자리가 예상치의 3배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기록하자,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더 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다시금 힘을 얻는 모습이다. 다만 통계가 달마다 널뛰는 데다 이를 둘러싼 해석도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어서 당분간 추이를 예단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상황을 보면, 지난달 한 달간 비농업 일자리(계절조정)는 51만7천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만∼19만개였던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마찬가지로 예상을 뛰어넘었던 전달(26만개)보다도 증가세가 훨씬 가팔라졌다. 실업률도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진 3.4%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더 오래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연준은 고물가 국면 장기화의 주범으로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을 지목해왔다. 임금과 물가가 잡히기 위해서는 결국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하고 실업률이 어느 정도 올라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달 지표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뚜렷했던 셈이다.
실제로 시장은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고용 상황이 발표된 지난 3일(현지시각)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13%포인트 오른 3.52%를 기록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말 정책금리 전망치(확률 가중평균)가 하루 만에 0.24%포인트 뛰었다. 하루 전
연준의 ‘디스인플레이션’ 언급에 환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다만 이번 지표만으로 노동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통계가 달마다 큰 폭으로 널뛰고 있어 추세를 짐작하기 더 힘들어졌다. 게다가 같은 통계를 둘러싼 해석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 분위기다. 이번 지표는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임금과 물가가 잡히는 ‘연착륙’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비농업 민간 부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달 0.3% 오르며 전달(0.4%)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중앙은행들도 갈피를 잡기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금의 경제는 내가 이제까지 기억하는 것 중에서 가장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토비어스 아드리안 국장 등은 지난 2일 블로그에 글을 올려
“노동시장의 유의미한 냉각 없이 서비스 물가가 잡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중앙은행은 시장의 낙관론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짚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