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역대 정부는 지난 40여년 간 막대한 예산과 정책을 지역균형발전에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불균형은 심화하고 가속화했다. 국토불균형을 멈춰세우기 위해선 어떤 정책 목표와 전략이 필요한 것일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우동기(70) 위원장으로부터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방향에 대해 들었다. 경북 의성 출신인 우 위원장은 영남대 총장과 대구시교육감, 대구가톨릭대 총장을 지내며 지방대학 육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수도권 중심의 국회 정치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정치적 영향력이 지역발전을 좌우하는 국내 현실에서 현행 인구수 중심의 선거구제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미국 상원처럼 면적 대비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참조해 국토의 88%를 차지하는 ‘지방’을 실질적으로 대변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역대 정부마다 다양한 정책을 펼쳤음에도 수도권 집중과 불균형 발전은 더 심화됐고 지자체는 소멸 위기에 직면해있다. 왜 너나없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일까?
“역대 정부는 아이엠에프(IMF)와 세계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대체로 경제적 효율성에 매몰된 정책 결정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균형발전정책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규제는 냉탕온탕 정책을 번갈아했다. 단기적인 경기진흥 정책 때문이다.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규제를 완화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니까. 이로 인해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집중된 일극 체제가 더 강화됐고, 이제는 불균형의 문제를 넘어 지역은 소멸과 생존이라는 문제에 직면해버렸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에서 수도권대학 반도체학과 정원 확대와 해외 유턴기업의 공장 신·증설 허용 등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나왔는데?
“출범 초기 균형발전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정책으로 알려졌는데, 보완을 했다. 지방대학에 한해 편입학 배분 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지방대학은 반도체학과 학생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수도권은 올해 신입생을 뽑더라도 내년 3월이 돼야 입학하지만 지방대학 편입생은 내년 되면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 유턴기업의 수도권 입지는 사실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다. 왜냐하면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안 되던 기업이 우리나라와 같이 더 비싼 땅에 와 가지고 되겠는가? 정부는 주요 기업이나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교육자유특구와 기회발전특구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 과제로 채택했다. 새로운 지방시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정부가 지향하는 지방시대는 균형발전이라는 국토 공간의 공정, 지방분권이라는 중앙 권력의 공정이 이뤄진 나라이다. 윤석열 정부의 차별성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문제를 자유와 공정이라는 가치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중앙의 논리와 정의보다는 지방의 논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앞으로 지방시대의 중심에는 지방정부가 있을 것이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정부 조직법에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두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출범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지역발전위원회'로 바뀌었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원래대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돌렸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분권위원회를 통폐합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자문 수준의 기구로는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을 펼쳐나가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출범할) 지방시대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정책을 건의하고 자문하는 단순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지방시대 종합계획 등 분권과 균형발전에 관한 핵심적인 정책에 대해 심의‧의결을 하고, 각 부처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평가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갖춘 분권과 균형발전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다.”
-집행력을 갖추기 위해선 부총리급 기구 또는 행정위원회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인수위에서 나왔던 걸로 아는데?
“행정위원회는 정부조직 구성 원칙상 문제가 많다. 분권과 균형발전에 관한 부처별 고유 기능이 있는데 위원회에 집행기능을 두면 기능 중복으로 옥상옥이 될 수 있다. 여러 부처와 관련된 지방의 다양한 정책들을 총괄·조정하기에는 자문위원회가 더 적합한 조직형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속 기구인 만큼) 위원회의 위상과 국정과제의 추동력 강화는 조직의 형태보다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에 좌우된다.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끌어내는게 중요하다.”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거기까지 나가기는 좀 그렇지 싶다. 다만 지금의 선거구조는 바꿔야 한다. 전체 국토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몰려 있지 않은가. 공동체 규범을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국회가 지금 수도권 중심으로 되어있다. 여당도 수도권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지 지방은 안중에 없다. 이런 불균형한 권력 구조가 있는가. 미국 상원은 인구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주가 2명씩 뽑는다. 우리도 이런 ‘면적 대비 지역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 헌법 개정을 안 하더라도 선거법을 고치면 가능하다.
-국회에 제안을 해봤나?
“여당 안에서도 셈법이 다르더라. 의원들에게 말하면 원론적으로는 동의를 하는데, 유불리를 생각한다. 우리 지방에 비례대표를 하면 우리가 얼마를 먹고 다른 당이 얼마를 먹을까, 이런 현실적인 계산을 한다.”
국토 균형발전은 이념이나 진영 논리를 넘어선 헌법적 가치이기도 하다. 국토기본법이나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산어촌 간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도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초광역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수도권의 비대화에 대응한 지역의 생존 전략으로 초광역 경제·생활권이 거론되고 있는데?
“지방과 수도권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지방정부의 현재 규모로는 대단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미 경제생활 전반은 광역경제권으로 형성되고 있다. 충청권과 호남권에서는 메가시티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경우 메가시티 조성 대신 경제통합과 행정통합을 대안으로 추진한다면 신속하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지방정부 간에 경제권을 형성하고 행정통합까지 이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홍대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어젠다센터장
hongds@hani.co.kr, 정리 노영준 보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