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를 일으켜 전세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을 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를 빼돌려 현금화하고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전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권 대표는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가상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실물형태 저장소)’에 보관해왔고, 2022년5월부터 이 자금을 주기적으로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해 현금화했다. 스위스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은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 사태는 2022년 5월, 권씨가 창업한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루나·테라 코인이 폭락한 사건을 가리킨다. 테라는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 이른바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미국 달러화에 1대 1로 가격을 고정하도록 설계했다.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매 코인 루나를 팔아 테라를 사들여 가치를 유지시켰다. 그러나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 현상이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한때 시가총액이 세계 10위권 안팎까지 올랐던 테라 가격은 일주일 만에 99.99% 폭락했다. 약 5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해 투자자들의 대규모 피해를 낳았다.
한편 권씨는 작년 말 동유럽 세르비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무기명증권을 제공, 판매해 개인·기관 투자자들에게 최소 40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는 한국 검찰 요청으로 권씨에 대한 적색수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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