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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KT 차기 CEO 선임, 어떻게 가도 ‘식물’ 상태 면하기 어려워”

등록 2023-03-05 16:08수정 2023-03-06 02:43

정관상 3월 안에 정기주총 열어야
“7일까지 최종 후보 못 정하면 주주 소송 가능성도”
임직원 인사도, 협력사 계약도 3개월째 ‘잠정 중단’
구현모 케이티 대표이사(왼쪽)가 ‘엠더블유시(MWC) 2023’ 개막 첫 날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안 케이티 전시관을 찾아 데니스 앤서니 컨버지 아이시티솔루션즈 최고경영자와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구현모 케이티 대표이사(왼쪽)가 ‘엠더블유시(MWC) 2023’ 개막 첫 날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안 케이티 전시관을 찾아 데니스 앤서니 컨버지 아이시티솔루션즈 최고경영자와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케이티(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모 지원자들을 심사하며 유력설이 돌던 정·관계 출신 인사들을 배제한 채 전·현직 임원 4명만을 면접 대상자(숏 리스트)로 추린 것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뿐 아니라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불편한 내색을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케이티 안팎에서 현재 진행 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결말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시나리오 중에는 케이티 차기 대표이사 선임 일정이 또다시 지연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이미 3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케이티 인사·경영의 ‘식물’ 상태가 당분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케이티는 오는 29일로 예정했던 정기주총을 31일로 이틀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티 이사회는 애초 오는 7일까지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는데, 정기주총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사회가 최종 후보 확정을 애초 정기주총 일정에 맞춰 끝낼 수 없는 사정이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케이티는 공식적으로는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확정 및 정기주총 일정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관에 따라 3월 안에 무조건 정기주총을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최소 3주 전인 9일까지는 정기주총 안건을 확정해 주주들에게 공지해야 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예정보다 늦게 정하는 선택지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케이티 전체 주주 가운데 국외 주주가 44% 가량이나 되는데, 이들이 주총 안건 서한을 제 때 받지 못하면 주주 권리 침해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케이티 안팎에선 이사회의 향후 선택지를 놓고 다양한 관측 시나리오가 나온다. 케이티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사회가 여당과 대통령실의 비판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란 걸 전제로, 예정대로 4명의 면접 후보자 가운데 한명을 최종 후보로 확정, 이사회가 4명을 면접 심사한 결과 적임자가 없다고 발표, 이사회가 최종 후보 발표 뒤 본인이 정치권의 압박을 못이겨 구현모 대표처럼 사퇴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기주총 일정에 맞추려면, 여당과 대통령실의 비판을 일축하고 현재 추려진 후보 4인을 그대로 밀고 가야 하는데, 여당·대통령실과 등을 진다면 인·허가 사업인 통신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티는 공식적으로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또다시 엎어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외부 비판·압력이 있다고 해서 이사회가 대표이사 후보 공모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공모를 처음부터 다시 하려면 적어도 14일은 걸릴텐데, 그렇게 되면 3월 안에 정기주총을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주주들이 현 경영진뿐 아니라 이사진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는데, 회사 입장에서 그런 상황을 자진해서 만드는 게 말이 되겠느냐”고 했다. 케이티 전직 임원은 “이사회가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공모를 한다면, 케이티는 말 그대로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놀아나는 ‘노리개’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만난 케이티 임직원들은 ”상황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더라도 이미 3개월 가까이 ‘식물’ 상태가 이어져온 케이티엔 치명상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유플러스(LGU+) 등 경쟁사들이 지난해 말에 이미 새 진용 갖추기를 끝마친데 비해, 케이티는 차기 대표이사 선임 작업이 엎어지길 반복하면서 아직 임원 인사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다. 케이티 관계자는 “지난해 말로 계약이 끝난 상무보급 70여명, 상무급 30여명이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3개월 가까이 자리만 차지한 채 일은 안하면서 월급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회사를 이렇게 만든 이사들을 상대로 뭔가 조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 다른 관계자는 “새 대표가 취임하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가 이뤄질텐데 지금 열심히 일해 뭐 하냐는 분위기가 내부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한 케이티 협력사 관계자는 “올해 초로 예정돼 있었던 협력사업 관련 계약 체결이 보류되는 등 밖에서 보더라도 적잖이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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