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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KT 대표 인사 노골적 개입한 여권, 직권남용 아닌가

등록 2023-03-05 18:06수정 2023-03-06 02:39

구현모 케이티(KT) 대표가 지난 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현모 케이티(KT) 대표가 지난 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7일로 예정된 케이티(KT)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선정을 놓고 여권의 개입이 선을 넘었다. 케이티 이사회가 뽑은 후보 4명을 ‘이권 카르텔’로 매도하며 선임 절차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검경 수사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미는 ‘낙하산 후보’가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하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 노골적인 외압을 넣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 인사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전무한데도 아무 거리낌이 없다.

여권은 대표이사 면접 대상 후보 4명이 모두 케이티 전·현직 임원 출신으로 사내 인사라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등은 이번 후보군 선정이 “(내부 출신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수법”이라며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난 2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케이티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발동을, 검경에는 즉각적인 수사 착수를 각각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날 “도덕적 해이로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케이티 이사회는 ‘전문성’과 ‘기업 경영 경험’ 등 엄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해 후보군을 추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친여 후보들이 자격 미달로 모두 탈락했다. 케이티의 선정 기준을 놓고 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대선 공신 챙기기에 나선 여권으로선 불만이 고조될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케이티 이사회가 결정한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을 없던 일로 만든 것부터 여권이 시작한 일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포문을 열고, 윤 대통령이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막판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계획이 틀어지자 아예 대놓고 몽니를 부리는 셈이다.

여권의 무리수는 케이티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미 여권 인사가 선임됐다. 심지어 케이티 1대 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상근전문위원조차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를 임명했다. 이러면서 말로만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으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더구나 완전한 민간기업인 케이티 인사에 계속해서 깊숙이 개입한다면, ‘관치’ 논란을 넘어 직권남용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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