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케이티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케이티 제공
케이티(KT)가 윤경림(60)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로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윤 후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던 인물이란 점을 감안할 때, 케이티 이사회가 정부·여당과의 대립 국면에서 ‘정면 승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날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에 맞서 단호하게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티 이사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명으로 좁혀진 차기 대표이사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해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임했다. 윤 후보는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옮겼다가 2021년 케이티로 돌아왔다. 강충구 케이티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케이티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새노조는 곧바로 성명을 내어 “이사회가 구현모 리스크의 연장을 선택함으로써 케이티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케이티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받아 두 차례나 후보를 확정했다가 백지화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연임에 도전한 구현모 대표를 적격 심사를 거쳐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가 ‘셀프 연임’ 비판이 제기되자 엎었고, 공모를 통해 구 대표를 또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으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표 선임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를 하며 ‘깜깜이 경선’ 논란이 일자 또다시 백지화하고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다시 진행된 대표이사 공모에는 사외 인사 18명을 포함해 총 34명이 지원했는데, 이사회는 그 중 전·현직 임원 4명만을 면접 대상자로 선정했다. 지원자 심사 과정에서 구 대표는 지원을 철회했다. 당시 유력설이 돌던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모두 탈락하면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현모 대표는 자신의 ‘아바타’ 윤경림 후보를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이는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비판했고, 같은 날 대통령실은 “그것(공정·투명한 거버넌스)이 안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케이티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정에는 강충구 의장, 김대유 디비(DB)생명 사외이사, 유희열 한국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 연구개발센터(KCRC) 이사장, 표현명 전 케이티렌털 대표,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등 케이티 사외이사 6명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 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8인 전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사내이사인 구현모 대표가 빠지고, 벤자민 홍(6일)과 이강철(지난 1월) 사외이사가
사임하면서 6인의 사외이사만이 면접에 참여했다.
이날 윤 후보는 후보 확정 뒤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달 말 열리는 케이티 정기주총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통과하면 대표이사에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다.
임지선
sun21@hani.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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