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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내 보증금은?…‘블랙박스’처럼 아무도 모르는 깡통전세 통계

등록 2023-04-24 07:00수정 2023-04-24 13:44

‘깡통전세’ 안전장치 갖추려면
현재 임대인 재정파악 불가능
전세계약 오로지 임차인 책임
공적기관이 위험지표 등 작성
세입자에 정보제공 방식 필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 아파트의 현관. 연합뉴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 아파트의 현관. 연합뉴스

전세사기 사태가 인천 미추홀구, 경기도 동탄·구리, 부산 등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사인 간 금전대차 거래인 전세 제도의 취약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만 1년에 80만건가량의 전세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고 있지만, 비단 사기행각이 아니더라도 주택 가격 급락 등으로 보증금을 못 돌려줄 위험에 노출된 ‘깡통전세’의 규모는 통계 부재 상태에 있는 ‘블랙박스’와 같다. 불완전한 사적 전세계약 시장을 정책 수립·집행이 작동하는 공식 통계 작성·공표 영역으로 끌어올려, 계약거래를 공적 기관이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임대인의 신용 상태와 연체 현황, 다주택 보유 여부 등 보증금 상환 위험 지표를 세입자가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누리집을 보면, 2020~2022년 연간 전세 임대차 확정일자는 서울에서 38만5천~40만8천건, 경기도는 39만~40만6천건이다. 그러나 사기행각을 포함해 다양한 원인으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처지에 놓인 ‘깡통전세’의 규모는 대략적인 추정치도 없고, 이를 파악해보려는 공공 조직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역전세’ 규모도 신뢰할 만한 통계 추정치는 어디에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는 거래 당사자 간 보증금 상환을 담보하는 안전장치가 부족한 불완전한 사적 거래시장”이라며 “임대인의 신용 상태와 연체 이력, 또 다른 집을 몇채나 갖고 있는지를 포함한 재정상태 파악이 거의 불가능한 블랙박스 영역이라서 반환 위험에 놓인 보증금의 규모를 평가해 뽑아내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및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보증금 신용보증상품의 건수와 금액, 보증사고 규모는 파악된다. 하지만 전체 임대차계약 중 대략 20%만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보증사고 규모만으로 보증금 위험의 전체적인 양상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약 1500건의 사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총 7개 동 가운데 피해가 집중된 3개 동(주안·숭의·도화동)을 합쳐 2020~2022년 신규 전세계약이 연간 6천~7천건 정도다. 국토교통부는 “사기피해 집중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얼마나 (보증금 반환 불이행) 사고가 날지를 추산하는 일은 (임대인의 재정 상태 등 입수 가능한 데이터의 한계 등으로 인해)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사기 피해를 넘어, 전국에 걸쳐 보증금 반환 위험에 처하게 된 ‘잠재적 피해자’ 지표가 공적 통계로 뒷받침돼야 피해자 예방·구제를 위한 각종 정책을 기획·수립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춘성 연구위원은 “당장은 전세반환금 보증 비율을 지금보다 더 낮춰서 거래 당사자들이 불확실한 금전거래 계약 위험을 좀 더 회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차계약신고가 들어오면 임대인에게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세거래를 공적인 계약관계로 수면 위로 포괄적으로 끌어올려 거래 내용을 공적 기관이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전세자금 대출을 심사할 때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위험 지표도 고려하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최하얀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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