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중국 기업의 유럽연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2022년 34.0%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68.2%에서 63.5%로 소폭 하락했다.
무역협회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미국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이 유럽연합에 대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가격 경쟁력,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은 세계 2위의 전기차 판매량을 가진 최대 배터리 수요처의 하나로, 2030년 전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내 배터리 제조 역량이 취약해 역외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신규 설비투자와 증설에 나서며 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보고서는 유럽연합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간 제휴가 본격화하는 향후 1~2년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시기라고 봤다. 김희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선제적으로 수반되는 수주 산업이어서 완성차 업체별 요구에 맞춰 생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수주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향후 1~2년 내 유럽 시장에서 빠르고 충분한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중국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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