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래 가장 빠르고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하지만 물가 수준이 관리 목표에 이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유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1년여간 이어진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미 연준은 14일(현지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연 5∼5.25%인 현행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10차례에 걸친 금리 결정 회의에서 한번도 거르지 않고 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다. 해당 기간 누적 금리 인상폭은 5%포인트에 이른다. 현 정책금리 수준은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규모를 점차 줄이는, 이른바 ‘양적 긴축’(QT)도 병행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면 미 연준은 유례를 찾기 힘든 ‘제약적(긴축적) 통화정책’을 펴온 셈이다.
미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시간을 두고 적절한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이다. 그동안 통화정책 긴축의 누적 효과가 경제 활동이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미치는 시차 등 경제 및 금융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번 회의에서는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유지하고 추가적으로 파악되는 정보를 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와 수준은 별도의 여러 변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금리가 더 높아지는 것이 타당할 수 있지만 더 완화된 속도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행진을 일단 멈춘 데는 물가 오름세의 뚜렷한 둔화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지난 13일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로, 전달(4.9%)보다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1년3개월 만의 동결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미 연준은 외려 올해 네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 회의에서 두차례가량 0.25%포인트씩 정책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방공개시장위 위원들의 최종 금리 예상치를 종합한 ‘점도표’에서는 연말 정책금리 중간값이 5.6%로 찍혔다.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한명도 없었다. 지난 3월에는 이 수치가 5.1%였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확실하게 목표 범위(2%)에 가까워졌다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 기조의 유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요약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4분기 기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0%로, 3월 전망(0.4%)보다 크게 높아졌다. 올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바꿨다는 풀이가 나온다. 경기를 고려한 정책금리 인하론은 입지가 더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미 연준에서 금리 동결과 함께 추가 인상의 신호가 나오자 국내외 금융시장은 혼조세를 나타냈다.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보다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오전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등 주요국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취약 부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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