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내년부터 18살 미만 자녀가 있는 저소득 가구에 지원하는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이 소득 기준 완화로 지금의 2배인 100만가구 이상으로 확대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증여하면 증여세 공제 한도 1억원을 덤으로 얹어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2년차 세법 개정안에서도 감세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세수 악화,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해 감세 규모는 지난해보다 대폭 축소했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2023년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가계 감세를 통한 투자·소비 활성화, 저출산 대응을 위한 조세 특례 제도 확대 등에 방점을 찍었다.
정부는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에 세금 환급 형태로 지원하는 자녀장려금 지급 대상을 기존 부부 합산 총급여(비과세 소득을 제외한 연봉) 연 4천만원 미만에서 7천만원 미만 가구로, 최대 지급액도 자녀 1명당 연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저출산 완화를 위해 매년 5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원 대상을 현행 58만가구에서 104만가구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해 혼인 신고일 전후 2년 안에 부모로부터 전세금 명목 등으로 증여받은 1억원에는 증여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세금 감면으로 자녀의 결혼 비용 마련 부담을 1천만원(증여세율 10% 적용) 정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오는 10월부터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자주 앓는 질병 100여개의 치료비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내년부터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상환액 소득 공제 및 선원·해외 건설 근로자가 받는 월급의 비과세 한도도 지금보다 확대한다.
이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바이오 의약품 분야를 국가전략기술에 추가해 반도체·배터리 수준의 연구·개발비, 시설 투자비 세액 공제율을 적용하고, 내년에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폭을 기존 3∼10%에서 최대 15∼30%까지 대폭 늘리는 등 기업 투자 유인책도 담았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세수가 3조1천억원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5년간 60조2천억원 규목 감세를 추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에 비해 서민·중산층, 중소·중견 기업 세제 혜택을 상대적으로 늘리긴 했지만, 여전히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며 낙수 효과에 기댄 세법 개정안”이라고 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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