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연합뉴스
한진칼(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미국·유럽연합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사용한 로비자금이 7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자금을 감시하는 미국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반응센터(CRP)가 운영하는 ‘오픈시크릿츠(www.opensecrets.org)’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에서 로비 자금으로 52만달러(6억7천만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 대행사 두 곳을 고용해 지난해에는 40만달러, 올해는 2분기(6월)까지 12만달러를 사용했다. 그 전 사용 내역은 나타나지 않았다.
로비 내용 서술 보고서를 보면, 대한항공의 로비 활동은 ‘국제 항공 경쟁’과 ‘공급망 보안’과 관련돼있다고만 간략히 명시됐다. 주요 대상 기관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심사하는 미국 법무부 외에도 상무부, 국무부, 백악관 등도 포함돼 있다. 미 법무부는 2020년 11월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뒤 2021년 1월 심사를 시작했는데, 여객뿐 아니라 마이크로칩 같은 핵심 제품의 화물 운송을 독점하는 것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2023년 6월 사이 대한항공이 미국에서 쓴 로비 자금. 지난해에는 40만달러, 올해는 2분기(6월)까지 12만달러를 사용했다. 오픈시크릿츠 누리집 갈무리
대한항공이 고용한 로비스트 중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 법사위원회 시절 그를 보좌했던 크리스토퍼 푸탈라도 포함됐다. 그가 운영하는 로비대행사이자 대한항공을 대리하는 ‘푸탈라 스트래티지스’(Putala Strategies)는 워싱턴의 유명 로비회사 중 하나로,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연간 수익이 2020년 130만달러에서 2021년 400만달러로 200% 이상 급증하는 등 영향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하면서 대한항공의 관련 자금 지출 규모는 확대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여 동안 국내·외 법률 비용 등으로 1천억원 정도를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유럽연합·일본에선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유럽연합의 시정조치 요구,
미 법무부의 소송 가능성 등 ‘겹겹이’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 심사와 관련해서는 전문 로펌을 통해 합법적인 대관업무를 진행 중이며, 세부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부)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강화, 초대형 항공사로서 입지 다지기, 이미지 회복 등을 고려해 기업결합에 뛰어들었으나,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대한항공으로서는 법률 비용 등이 추가되거나 전략적 방향성을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올해 안에 결론이 나야지, 향후 중·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날 대한항공은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별도기준으로 매출 3조5354억원, 영업이익 4680억원, 당기순이익 371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6%, 당기순이익은 18%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여객 매출(2조2210억원)은 154% 증가한 데 비해, 화물 매출(9638억원)은 56% 감소했다. 대한항공은 “공급이 늘면서 공항비용, 운항비용 등도 함께 증가해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다소 감소했다”며 “여객 정상화 가속화에 따라 여객기 하부 화물칸의 공급량이 증가하고, 항공화물 수요 감소로 운임이 하락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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