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통신용 칩 장기계약 체결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여부와 수위가 다음 달 결정된다.
13일 공정위와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내달 6일 전원회의를 열고 브로드컴의 거래상 지위 남용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스마트기기 부품공급에 관한 장기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1일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7억6천만달러 이상 구매하고, 실제 구매 금액이 그에 못 미치면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 배상하는 ‘최소 구매 약정’을 체결했다.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으로부터 이런 내용의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조사 끝에 브로드컴에 거래상 지위남용을 적용해 지난해 1월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브로드컴이 동의의결 개시를 신청하며 시정방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수렴 등의 절차가 이어졌고, 200억원 규모 반도체 상생기금 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동의의결안이 마련됐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제안한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에 대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 짓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자사 피해 구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대하자 공정위는 지난 6월 동의의결안을 기각하고 제재를 위한 심의 절차를 재개했다. 다음 달 초 열리는 전원회의에서는 브로드컴이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했는지 등을 두고 공정위 심사관과 브로드컴이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동의의결안 인용 여부를 심의하는 전원회의에서 브로드컴은 삼성 위탁을 받아 부품을 제조하는 ‘을’의 지위에 있었고, 삼성이 최소 구매 약정에 대한 반대급부로 원하는 모든 조건을 얻어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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