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증가율(5.1%)보다 크게 낮은 3%대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도 우리 경제의 경상성장률(4.9%·물가상승률 포함)을 하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 재정이 경제성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내년도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전년대비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3%대로 잡고 막바지 편성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이달 하순께 확정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3%대로 결정될 경우 내년도 총지출규모는 올해(본예산 기준 638조7천억원)보다 20조원가량 늘어난 658조~663조원 사이에서 편성된다. 3%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660조원에도 못 미치게 된다. 앞서 정부가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전망한 내년 총지출예산(약 670조원)보다 10조원가량 적은 규모다.
확장재정을 이어가며 7∼9%대 지출 증가율을 보였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3분의 1 수준이다. 3%대 증가율은 2016년(2.9%)과 2017년(3.6%) 이후 7∼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3%대 증가율의 배경으로는 역대급 세수 부진이 꼽힌다. 올해 1∼6월 국세 수입액은 총 178조5천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조7천억원 감소하면서 올해 세수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년 세수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덜 들어올 수입에 맞춰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을 3%대로 잡으면서 정부 재정지출이 내년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경상성장률을 4.9%로 전망했다. 정부 총지출 예산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낮으면 그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질적인 긴축 재정인 셈이다. 기재부는 “2024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현재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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