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1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한해 전에 견줘 역대 최저인 2.8%만 늘어난 건 내국세의 약 40%가 자동 할당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크게 줄어들어서다. ‘건전재정’이라는 이념에 집착한 짠물 예산 편성 배경에 ‘대규모 감세’ 등에 따른 세수 악화도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정부 탓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 등 지방정부의 내년 사업이 차질을 빚거나 빚 부담이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3일 정부 예산안을 보면, 내년 지자체로 이전되는 교부세는 66조8천억원으로 올해(2023년 본예산 기준)에 견줘 8조5천억원(11.3%) 적다. 교육청 재원인 교육교부금도 올해보다 6조9천억원(9.1%) 감소한 68조9천억원이다. 둘을 합친 감액 규모는 15조4천억원(10.2%)에 이른다.
교부세·교부금 감소는 더딘 경기 회복세에 정부의 감세 정책이 더해지며 내년 내국세 수입이 대폭 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 총액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 전액이,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가 할당된다. 세수가 줄면 교부세·교부금도 자동으로 주는 구조다. 정부는 내년 내국세 수입이 정부의 대규모 감세 조처가 집중된 법인세 수입(26%·감소율)을 포함해 모두 10.1% 줄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짰다. 중앙정부 탓에 지방정부와 교육청이 ‘강제 긴축’이란 유탄을 맞게 된 모양새다.
교부세·교부금 감소는 내년 의무지출 증가율(2.3%)이 재량지출 증가율(3.5%)보다 낮아진 원인이기도 하다. 통상 의무지출은 4대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분야 법정지출 비중(올해 본예산 기준 45.2%)이 큰 터라, 빠른 고령화 현상으로 재량지출보다 증가율이 매번 높았다. 의무지출 증가율이 2%대인 건 비교 가능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한해 전 수준의 교부세·교부금(75조3천억원·75조8천억원)이 책정됐다면 의무지출 증가율은 약 6.8%로 뛰어오른다. 재량지출이 의무지출은 물론 총지출보다 증가율이 높은 이유가 정부의 적극적 재정운용 의지와는 무관하며 감세와 세수 악화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총지출 증가율 2.8%’는 정부가 강조하듯 허리띠 졸라매기 ‘성과’가 아니라 세수 감소에서 파생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세 수입이 줄지 않아 교부세·교부금 또한 한해 전 예산안 수준으로 교부된다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2.8%에서 5.3%로 상승하는 까닭에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자랑하는 건전재정도 세수입이 줄어 저절로 줄어든 지출이 영향을 끼친 결과”라고 말했다.
교부금·교부세 감액에 따라 내년 지방정부의 재원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체 예산이 작은 곳은 사업을 줄이거나 지방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이 위원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감세를 하면서도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신설로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여줬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노력조차 없다”며 “감세는 중앙정부가 하고 부담은 지방정부가 떠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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