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반등을 전망한 정부가 7월 생산·투자·소비 지표가 모두 고꾸라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출 지원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대규모 세수 부족으로 정부의 재정 투입 여력이 취약해진 탓에 규제 완화를 앞당기고 180조원 규모의 수출금융을 활용하는 등 측면 지원을 통한 수출 회복에 기대는 모양새다.
4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수출 활성화 추가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설비 투자를 늘리기 위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조기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경기도 용인 710만㎡ 부지에 반도체 제조공장 5개동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부지 조성을 담당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초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예타를 면제하도록 법을 개정했는데, 반도체 산업이 그 첫 사례로 이름을 올리게 된 모양새다.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181조4천억원 규모의 무역·수출금융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 무역금융 잔액 158조6천억원과 민·관이 새로 마련한 22조8천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수출기업 직접 대출 또는 대출 특례보증 등에 쓰이게 된다. 이밖에도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유턴기업 투지지원 비율을 29%에서 최대 50%까지 올리고, 수출바우처 지원 규모도 올해 1441억원에서 내년 1679억원으로 확대한다.
정부가 이같은 수출 지원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예상치를 밑돈 7월 산업활동동향 지표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올해 1월부터 우리 경기의 ‘상저하고’ 흐름을 일관되게 유지했지만, 하반기의 시작인 7월 경기 지표는 전망과 달리 역행했다. 통계청이 지난 8월31일 발표한 7월 생산·소비·투자지수는 각각 전월대비 1.3%, 3.2%, 8.9% 줄었다. 올 1월에 이어 반년 만에 ‘트리플 감소’가 재현되며 상저하고 전망이 흔들린 것이다.
이날 추 부총리는 7월 지표를 의식한 듯 “우리 경제는 월별 변동성이 있으나 대체로 회복을 시작하는 초입 단계로 보인다”며 “7월은 기상악화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부진했지만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전년동월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하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소비 회복이 더디면서다.
추 부총리 발언대로 올 4분기 중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이 대폭 감소한 기저효과 덕이다. 지난해 1·2·3분기 수출은 각각 전년과 비교해 18.4%, 13.0%, 5.8%로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10.0% 큰폭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저효과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회복해야 수출이 되살아 났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분기에 수출이 살짝 반등한다면 기저효과일 뿐이다. 10% 이상 증가해야 수출이 본격적으로 되살아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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