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배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인대 경제정책국장, 김동일 예산실장, 정정훈 세제실장, 임기근 재정관리관, 신중범 국제금융국장, 한순기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국장. 연합뉴스
정부가 59조1천억원 세수 부족분 가운데 약 40%를 특정 분야의 사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설치한 ‘기금’에서 동원하기로 하면서 “근본적 세입 확충 의지가 빠진 돌려막기식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는 2023년도 세수 재추계 결과 예상되는 국세수입 부족분 가운데 24조원 안팎을 기금 여유재원으로 메우겠다고 밝혔다. 24조원 가운데 약 20조원가량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운용 중인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쌓인 원화를 조기상환 방식으로 조달된다. 외평기금이 달러 매수를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갚고, 공자기금은 그만큼을 정부 일반회계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공자기금은 국채의 발행·상환을 관리하는 정부 안 자금조달 창구다. 기재부는 올해 20조원, 내년에도 이어서 20조원 조기 상환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강달러’ 대응을 위해 달러 매도개입을 하는 과정에서 외평기금에 원화가 많이 쌓인 만큼 조기 상환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조기상환 뒤에 환율이 하락해 외평기금의 원화가 다시 필요해지더라도, 이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재원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조기상환은 애초 계획에 없던 의사결정이란 점에서 세수 결손 ‘땜질’용 상환이란 시선도 적잖다. 더욱이 정부는 올해 외평기금 상환은 기금 지출의 20% 이내 변경인 만큼 국가재정법상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혀, 실제 외평기금 상환 규모는 내년 결산 때나 공개될 전망이다.
이날 정부는 국세수입 감소로 지방교부세·교부금이 23조원이 줄어 중앙정부가 실제 메워야 하는 돈은 36조1천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지방교부세·교부금 지출 감소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부세·교부금은 내국세 실적의 40%가 자동 할당되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현행 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국세가 줄어드는 경우 지방재정·지방교육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다음다음 회계연도까지 교부금을 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줄어든 23조원을 3년에 걸쳐 나눌 수 있다는 조항으로, 과거 2013년과 2015년에도 국세 수입이 줄어 세입감액 경정을 했지만 그해 바로 교부세 삭감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재부는 교부세·교부금이 줄어드는 걸 당연하게 말했고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자체 재원(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교부금·교부세 감소도 엄연한 재정 지출 감소”라며 “경기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지방·교육 재정의 평탄화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면, 올해 교부세·교부금을 곧장 23조원이나 줄이는 것은 적절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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