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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 배우자 ‘일감 몰아주기’ 편법증여

등록 2023-10-05 05:00수정 2023-10-05 11:50

박 실장 장인 이봉관 회장의 서희건설이
아내 이씨 등 세딸 소유 회사에 매출 몰아줘

설립 5년차 애플이엔씨 단숨에 매출 900억대
공사장 함바집 일감 독식에 고액 배당까지
애플디아이·이엔비하우징 등도 일감 받아
유성티엔에스는 전환사채 회장 일가에 몰아줘

정부, 상증세 완화 추진해 이해상충 가능성 제기
박 “추상적 위험으로 아내 가업 승계권 위협 안돼”
“정책 결정 아닌 보좌 역할로 충돌 가능성 없어”
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배우자 소유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 불복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장인이 회장인 서희건설이 박 실장의 아내 이은희씨 등 세 딸에게 수년째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가 현재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등을 추진 중인데다, 박 실장이 정부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이은희씨는 상장사인 서희건설(0.8%)과 유성티엔에스(4.0%) 외에 비상장사인 서희휴먼테크(5%), 소망이에스디(12.0%), 트레보비전하우징(13.3%) 등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또 유한회사 또는 유한책임회사인 애플이엔씨(35.0%)와 애플디아이(34.4%), 한일자산관리앤투자(20.7%), 이엔비하우징(12.2%)의 지분도 갖고 있다. 이씨는 서희건설과 유성티엔에스에서 각각 통합구매본부 부사장, 구매본부 이사를 맡고 있다. 이씨의 동생인 성희·도희씨도 나란히 두 회사 상근 임원이다. 세 자매는 서희건설의 경영권 승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건설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는 이봉관 회장의 세 딸 지분이 많은 회사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곳이 애플이엔씨다. 세 딸 지분이 100%인 이 회사는 2017년 식당 운영, 부동산 개발·임대 등을 목적으로 설립돼 5년 만인 2022년에 매출 923억원(나이스신용정보 기준)을 올렸다. 이 중 54.9%가 서희건설에서 나왔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0.2%로 업계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전년에도 매출(681억원)의 절반 이상을 서희건설을 통해 올렸다.

이 회사는 서희건설 공사장 주변에 현장식당(함바집)을 운영해 노동자들의 먹을거리 공급을 독식했다. 서희건설 아파트가 들어선 경기도 화성의 한 식당 관계자는 “당시 공사 현장에 식당이 따로 있어서 노동자들이 주변 식당을 찾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최근엔 대부분 경쟁입찰로 식당 운영을 맡긴다”며 “회장 일가 회사가 식당을 운영한다면, 매출을 몰아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덕분에 이씨가 투자한 2억4500만원의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엔 103억원(순자산 기준)으로 42배 이상 뛰었다. 또 2020년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씨는 총 배당액 30억1천만원 중 10억5천만원을 자기 몫으로 받았다.

편의점 ‘로그인’을 주력으로 2013년 설립된 애플디아이는 지난해 매출(15억2천만원)의 31.3%를, 주택 판매업 등을 하는 이엔비하우징도 매출의 56.6%인 2억8천만원을 서희건설에서 얻었다. 건물 관리,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한일자산관리앤투자 역시 매출의 90%(75억원)가 서희건설과 숭실라이프 등 관계사에서 비롯됐다. 물류와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 등을 하는 유성티엔에스 매출 26.5%(734억원)도 서희건설에서 나왔다.

유성티엔에스는 주식을 살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전환사채(CB)를 이 회장 일가에게 몰아줘 편법 승계 의혹도 제기된다.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의 1대 주주(29.1%)로 이봉관 회장 일가 지분(6.4%)보다 많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은희씨의 유성티엔에스 지분은 2008년 1.9%에서 올해는 4%가량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이 회장 일가 지분도 17.6%에서 22.9%로 증가했다.

문제는 현 정부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상속·증여세 인하 등을 추진하면서 박 실장 배우자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매출액 5천억원 미만 기업이 자녀에게 주식 등을 증여할 때 적용하던 최저세율(10%) 구간을 6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박 실장 배우자에 대한 증여세 과세액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국무총리실 누리집은 비서실에 대해 “국무총리를 보좌해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핵심 국정운영기관”으로 설명한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업무 범위가 넓다 보니 박 실장 배우자가 소유한 주식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커, 인사혁신처가 백지신탁 결정을 내렸다. 이를 따를 수 없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상적 위험을 가지고 아내의 가업 승계권 등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비서실장은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것이 아닌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역할이어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봤고, 이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려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해 6월 기자 간담회에서 본인 요청으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검사 출신인 박 실장을 추천 받아 임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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