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른 카카오가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준법 감시 기구 등 외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카카오는 30일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공동체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체 경영회의를 진행한 뒤 이렇게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 경영진은 현 상황을 최고 비상 경영 단계로 인식하고, 카카오의 경영 체계 자체를 일신하기 위한 변화의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준법 감시를 위해 향후 외부 통제까지 받아들이는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고 카카오 쪽은 덧붙였다. 카카오는 해당 방안에 신사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사회적 영향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받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먼저 각 계열사의 준법 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구를 마련한다. 카카오의 한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카카오 계열사와 아무 관련 없는 학계,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를 최대한 빨리 섭외해 내부 통제 기구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최근 상황을 겪으며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의 준법 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동체 전반의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법으로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명시된 개별 기업 이사회 내에서도 이사회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카카오가 재벌 대기업들이 하던 대로 독립 기구를 만들어 현 상황을 면피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김범수 창업자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 기구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독립 기구의 위상과 운영 방식은 김 창업자가 기존 재벌을 답습할 것인지, 진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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