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23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에스엠엔터 주가조작 의혹’ 사건 피의자로 소환하면서 그를 포토라인에 세웠다. 과거 검찰을 비롯해 수사기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포토라인이 금감원 로비에 등장한 것은 금감원 개원 이래 처음이다. 포토라인은 공인인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소환될 때 언론이 사진촬영을 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포토존이다. 1993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당시 통일국민당 대표)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때 급히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다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부딪혀 이마를 다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언론의 취재 과열로부터 피의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검찰이 포토라인에 세울지 말지를 맘대로 결정하면서 ‘수사 대상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포토라인에 서면 여론의 법정에선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다름없게 된다. 이는 형사법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인권 침해 소지가 커서 포토라인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포토라인이 없어진 계기는 2019년 ‘조국 사태’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소환 공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자, 피의자 공개소환제도를 아예 없애버렸다. 이를 두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지만,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검찰개혁 차원의 조처로 환영받았다. 검찰이 소환 날짜 등을 공개하지 않자 피의자가 원하지 않으면 포토라인에 설 일이 없어졌다. 지금은 재판이나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갈 때 포토라인에 선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폐지됐던 포토라인이 엉뚱하게 금감원에 등장한 배경으로 이복현 금감원장이 거론된다.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이 원장이 금감원을 검찰처럼 운영하면서 검사 시절의 못된 관행을 답습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없앤 포토라인을, 대통령의 ‘심복’이 되살린 것도 아이러니다. 이 원장은 마치 검찰의 ‘주임검사’처럼 이번 수사를 지휘하다시피 한다. 금감원장인지 일선지검 ‘부장검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만큼 자본시장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강한 걸까. 그는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친윤’ 인사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거론된다. 이번 수사는 총선 출마를 앞두고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사상 첫 포토라인에 대해 “피의자(김범수)의 안전을 고려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이춘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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