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입 물가가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도소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물가 하락은 연말·연초 물가 안정에 긍정적인 신호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월별 수출입물가지수 산출 결과를 보면, 11월 수입물가지수는 135.11(2015년=100)을 기록해 전달보다 4.1% 내렸다. 1년 전보다는 8.5% 하락한 수준이다. 수입물가는 지난 5월 0.2%(전월대비) 상승한 뒤 10월(0.9%)까지 넉달째 상승세를 이어오다 하락세로 전환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 하락에다 미국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원화 기준 수입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1월 중 원유 수입단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83.55달러로 전달과 비교해 6.9% 떨어졌다.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월 1달러당 1350.69원에서 11월 1310.39원으로 3% 내렸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 하락률은 1.4%로, 원화 기준보다는 낙폭이 작었다. 수입물가를 용도별로 살펴보면, 원유 등 광산품이 중심인 원재료가 전월대비 6.6% 하락하며 가장 많이 떨어졌고, 이어 석탄·석유제품과 화학제품, 1차금속 등으로 구성된 중간재가 3.1% 내렸다. 자본재와 소비재는 2.2%, 1.9%의 하락률을 각각 기록했다.
11월 수출물가지수는 116.45로 한달 새 3.2% 내렸고, 1년 전과 비교해도 7.2% 떨어졌다. 전월대비로는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고, 전년동월 대비로는 11개월 연속 하락세이다. 용도·품목별 수출물가 등락을 살펴보면, 농림수산품은 전월대비 0.7% 상승한 반면에 공산품은 석유·화학제품과 운송장비, 기계장비 등을 중심으로 많이 내려 전체 평균 3.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물가는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전월대비 0.5%, 전년동월 대비 3.6% 떨어져 수출 회복세가 더딘 흐름을 반영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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