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난 4월18일 저녁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남쪽 광장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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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2번 이상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 명단이 27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악성임대인은 17명으로, 정부는 앞으로 공개 대상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는 이날 국토부와 허그 누리집, 안심전세앱에 17명의 악성임대인 명단을 공개했다. 악성임대인 명단을 공개하기 위한 개정 주택도시기금법이 지난 9월 시행되고 첫 명단 공개다. 국토부는 “개정법이 시행된 9월29일부터 10월19일까지 채무 불이행이 있었던 임대인이 대상이 됐다”며 “공개에 앞서 2달간의 소명 기간과 이날 열린 1차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명단이 공개된 17명은 전부 수도권을 주소지로 하고 있다. 연령은 적게는 32살부터 많게는 72살까지 다양하다. 가장 큰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액(개정법 시행 이후 발생)은 65억6600만원에 이른다. 17명의 채무액을 다 합치면 172억원 규모다.
첫 악성임대인 공개 명단이 17명에 그친 것은 개정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법 시행일 이후 채무가 발생한 임대인에 대해서만 공개 심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공개 대상 미반환 전세금 규모 요건 역시 ‘법 시행일 이후’ 2억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 보증 채무 종류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전세금 안심대출 보증, 임대인 보증금 보증에 한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악성임대인은 훨씬 많지만, 첫 공개 대상은 17명으로 좁혀졌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중 관리하고 있는 악성임대인 370여명의 5%도 되지 않는다.
악성임대인 명단 공개는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의 정보를 공개해 임차인들의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러나 소급 적용이 안 되는 탓에 명단 공개의 실효성이 낮단 지적이 일찌감치부터 제기됐다. 국토부는 “앞으로 심의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해 공개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2024년 3월까지 90명, 2024년 말까지 450명 수준의 악성 임대인이 추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