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 최대’ 규모 회사채 만기 물량 도래를 앞두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기업과 금융권이 새해 벽두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기존 만기 물량 상환을 위한 ‘차환용’ 채권 발행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노출 정도에 따라 업종별·신용등급별 채권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새해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 회사채는 69조8596억원어치로, 올해 만기 물량(58조6028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만기는 18조1228억원이다. 부동산 피에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은 여신전문금융회사 채권도 올해 만기 도래 물량이 역대 최대로, 카드·캐피탈채가 82조9534억원(카드 28조4500억원, 캐피탈 54조5034억원)이다. 만기 물량 증가는 2022년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발행사들이 조달 비용을 절감하려고 만기가 짧은 1~2년짜리 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나선데다 여전전문채권 시장도 부동산 피에프 익스포저가 상당한 터라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통상적으로 새해 1월에는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시기인 터라 ‘연초 채권가격 강세 효과’가 기대되는 때다. 하지만 올해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가능성에 채권시장이 사뭇 긴장하는 양상이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 부실 확인에 따라 새해 초부터 부동산 피에프 관련 업종에서 발행한 채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제2금융권의 피에프 대출 손실 우려에 따라 여전채 등 하위등급 채권을 중심으로 스프레드 갭(국채 수익률 대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업권별 리스크 격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쪽은 부동산 피에프 관련 브리지론이다. 전체 피에프 대출 중에서 브리지론 비중은 저축은행 58%, 캐피탈사 39%, 증권사 33% 수준이다. 부동산 피에프에 대한 대응력을 나타내는 자기 자본 대비 피에프 익스포저 비중은 저축은행 212%, 캐피탈사 94%, 증권 35%로, 저축은행이 가장 취약하다. 피에프 연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증권사다. 지난 9월 말 기준 피에프 연체율은 증권사 13.85%, 저축은행 5.56%, 여신전문업체 4.44%, 상호금융 4.18%다. 은행(0%)과 보험사(1.11%)의 연체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금융채권 발행시장에서 부동산 피에프발 충격의 강도가 업권별로 꽤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4년 총선 전까지는 부동산 피에프 부실이 어떻게든 터지지 않고 관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