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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기업·고소득자에 ‘감세 보따리’…R&D·신용카드 공제 늘려

등록 2024-01-04 18:04

정부 ‘2024년 경제정책방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30개.

총 53쪽짜리 ‘2024년 경제정책방향’ 책자에 담긴 감세 정책(조세지출)의 개수다. 세제 지원·감면·확대·완화·면제, 공제 신설, 공제율 및 한도 상향 등 다양한 성격의 감세안이 책자 곳곳에 박혀 있다.

그중 연구개발(R&D) 추가 투자분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방안이 맨 첫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행 중소·중견·대기업의 일반 연구개발 투자 증가분에 각각 적용하는 공제율 50·40·25%를, 올해에 한해 10%포인트씩 끌어올린다. 매년 5천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대기업이 올해 5400억원을 투자하면 총 32억원의 추가 세금감면 혜택을 본다.

정부가 올해 연구개발 정부 예산을 4조6천억원 깎은 점을 염두에 두면,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는 대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덜어주는 모양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연구개발비 예산 삭감은 공공 연구개발의 비효율을 줄이려는 취지인 반면, (기업의 세 부담 감면안은) 민간 연구개발을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대기업이라고 말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중소·중견기업은 애초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등을 받아 상당수 최저한세에 걸려 있거나 이익이 없어서 낼 세금이 없다”며 “세금 감면으로는 대기업만 이익을 본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 연구개발 투자세액공제율 한시 상향을 자체 투자 여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내수 시장 활성화 대책도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이 핵심 뼈대를 이룬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이 20% 늘어난 부분에 대해 소득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카드 사용액 공제도 결국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고소득자들이 혜택을 더 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나아가 카드 공제는 2000년대 초 세원 투명화를 목적으로 카드 사용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상당수 전문가는 물론 과거 정부에선 제도 도입 목적이 달성된 만큼 이 제도의 축소 내지 폐지를 검토·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밖에도 정부는 전통시장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40%에서 80%로 상향하고, 유류세와 발전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도 이어가기로 했다. 현 8천만원인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과, 연 매출 3천만원 이하 소상공인 전기료 20만원 감면 방안도 추진된다. 노후 차 교체 유도를 위해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70% 인하한다.

감세를 포함한 조세 정책은 투자 및 소비 촉진, 소득 재분배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국내외 어느 정부든 쓰는 핵심 경제정책이다. 문제는 ‘감세 일변도’의 이번 정책은 재정 규모 자체를 줄일 뿐 아니라 세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감소 추계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에 한 추계에서 올해 조세지출 규모는 77조원에 이른다. 이는 이번 정책 효과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하준경 교수는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고 소득 양극화는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운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감세 정책은 정부의 재정 여력을 갉아먹어 결국 정부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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