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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법인 분리→사업 몰아주기→자산증식 ‘닮은꼴’

등록 2006-04-06 19:25수정 2006-04-07 00:19

이지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변호사(왼쪽)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8개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A href="mailto:lee312@hani.co.kr">lee312@hani.co.kr</A>
이지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변호사(왼쪽)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8개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신세계그룹과 STX 그룹의 편법 주식거래

신세계그룹 정용진(38) 부사장은 1998년 4월 25억원, 99년 17억원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2억원을 투자해 비상장사였던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인수당시 5천원이었던 주가는 2002년 3만3천원에 상장된 뒤 계속 치솟아 현재 15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정 부사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40억원대에서 1290억원대로 30배 가량 뛰어오른 셈이다.

신세계 그룹 42억 출자 5년 지나 290억으로
장남 정용진 부사장 30배 수익

전국에 7개 점포를 둔 신세계 백화점은 쇼핑객에게는 다 똑같은 신세계이지만, 광주점은 속내가 다르다. 6개 점포는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인 이명희(63)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신세계 법인 소속이지만, 광주점은 이 회장의 장남인 정 부사장이 52.0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광주신세계 법인에 속해 있다. 신세계가 1995년 4월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광주점을 별도법인으로 설립한 뒤, 정 부사장이 지분을 순차적으로 인수했기 때문이다. 광주신세계는 사실상 정 부사장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정 부사장에게 편법적으로 부를 상속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광주신세계가 정 부사장의 개인 재산 증식과 부의 편법상속 통로가 됐다는 것이다. 광주점은 다른 점포들과 브랜드·구매선·인력 등의 공유로 사업이익을 올렸고, 신세계의 주가 상승과 함께 주가도 탄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정 부사장은 42억원을 투자해 1240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게 됐다. 정 부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신세계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등 경영권 승계 과정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 회장의 딸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정 상무는 조선호텔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제과사업 부문을 지난해 1월 ‘조선호텔베이커리’라는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 뒤 64억여원을 투자해 40%의 지분을 인수했다. 제과부문은 신세계에 입점한 ‘달로와요’와 이마트에 입점한 ‘데이앤데이’등 80여개 체인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760억원, 순이익 152억원의 실적을 냈다. 물론 관계사 매출이 90%를 넘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당시 지역사회의 요구로 광주점의 별도법인을 설립했고, 98년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에 정 부사장만 참여한 것은 구제금융사태 대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한다. 조선호텔베이커리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제과사업 부문을 떼어 냈고, 대주주 일가가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분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부사장의 재산증식 과정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나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의 편법 재산증식 과정과 거의 유사한 길을 걷고 있어 부의 편법상속이란 의혹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STX 그룹 건설사 첫해 100% 퍼주기 884억 매출
신흥재벌도 기존 재벌 따라하기


에스티엑스(STX) 그룹의 강덕수 회장 역시 삼성·현대차 등 기존 재벌기업의 총수들과 닮은꼴이다. 특히 회사의 기존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만든 뒤 지배주주 일가가 다수 지분을 확보하고 계열사 사업을 몰아 지배주주의 개인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거의 같은 길을 밟아왔다. 그는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을 통해 신흥 재벌로 부상했다.

참여연대와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강덕수 회장의 딸인 정연(25)씨와 경림(23)씨는 지난해 말 에스티엑스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회사 지분의 25%(주당 5천원, 40만주)를 보유한 대주주가 됐다. 이로써 비상장 회사인 에스티엑스건설은 강 회장과 두 딸, 포스인터내셔날이 각각 25%씩 지분을 나눠갖게 된 것이다.

에스티엑스건설은 지난해 2월 엔진부품 계열사인 에스티엑스엔파코에서 건설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에는 포스인터내셔날이 100%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강 회장과 두 딸이 잇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됐다. 결국 총수 일가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절차였던 셈이다.

에스티엑스건설은 설립 첫해인 지난해 에스티엑스중공업과 에스티엑스조선, 에스티엑스엔진 등 관계사들의 물량이 100%를 차지하며 무려 88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최근에도 아파트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는 등 사세를 확장하는 추세다. 기존 계열사의 사업부문을 분할해 비상장 계열사를 설립한 뒤 다수의 지분을 취득하고 계열사 거래를 통해 최대주주의 자산가치를 올리는 ‘기회 편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연대는 강 회장이 96.5% 지분을 소유한 포스인터내셔날 역시 지난 3년 동안 계열사 매출이 82%를 차지하는 등 계열사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해 왔다고 지적한다. 수출입운송장비와 통관 대행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2003년 이후 3년 동안 매출이 무려 5배나 성장하며 강 회장에게 막대한 이익을 남겨줬다.

이에 대해 에스티엑스 그룹 관계자는 “중공업 그룹으로 건설 전문회사가 필요해 에스티엑스건설을 설립했고, 설립 첫해인 지난해는 실적이 없어 외부 물량 수주가 어려웠다”며 “업계 특성과 유상증자 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티엑스는 쌍용양회 평사원 출신인 강덕수 회장이 2001년 워크아웃 기업이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며 탄생했으며, 이후 대동조선, 산단에너지, 범양상선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지난해 매출 6조5천억원을 올린 신흥 재벌로 급부상했다. 자산 기준 지난해 재계 서열은 35위다.

참여연대 이수정 간사는 “에스티엑스의 경우는 신흥 재벌들 역시 회사 기회의 편취를 통해 지배주주의 사익을 챙기고 기존 소액주주들의 손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재벌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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