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2세에 회사 물려주기” 엇비슷
신세계쪽 맞고소로 ‘법정다툼’ 예고
신세계쪽 맞고소로 ‘법정다툼’ 예고
참여연대,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고발
참여연대가 과거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의 광주신세계 주식 인수가의 적정성을 따지고 나섬에 따라 ‘신세계판’ 에버랜드 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계열사들의 실권을 통해 유망한 회사를 총수 2세에게 싼값에 물려주는 방식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참여연대의 고발에 맞고소하기로 하면서 법정다툼으로 이어지게 된 점도 닮았다.
참여연대는 11일 서울중앙지검에 낸 고발장에서 1998년 광주신세계의 유상증자 때 결정된 신주 인수가격 5천원이 지나치게 낮게 결정됐다는 근거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광주신세계는 당시 비상장 회사였지만 미래 수익가치를 감안할 때 이미 상장된 동종 업종의 백화점들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인수가격이 책정됐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가 현대백화점, 신세계, 대구백화점, 현대디에스에프 등 4개 백화점의 당시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을 기준으로 추정한 광주신세계의 주가는 8만9천원~69만5천원이다. 물론 상장 기업과 비상장 기업을 바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이 2.65로 가장 낮은 대구백화점과 비교할 때도 광주신세계의 추정주가가 8만9천원이라는 계산이 나와 과연 5천원이 적정가격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는 “광주신세계의 경우 1997년 이미 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정도로 매출이 호조를 보였고, 주당순이익도 3만3660원으로 다른 백화점보다 30~40배나 높은 점을 감안하면 주당 5천원이라는 주가는 매우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대주주인 신세계가 실권할 경우 이를 인수하는 사람이 갖는 83.33%의 지분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주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쪽은 “당시 광주신세계는 18억원 자본잠식 상태였고 부채도 6백억원을 넘는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회사였다”며 “당시 흑자가 나는 회사의 주가가 액면가 이하가 많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현대백화점이나 대구백화점 등의 주가는 2천~4천원 수준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다른 백화점들의 주당순이익이 800원선에 그친 반면 광주백화점은 무려 3만원을 넘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광주신세계의 자본잠식도 초기 투자비용으로 들어간 경비를 털어내기 위한 것이었지 영업부진으로 인한 잠식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신세계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광주신세계의 자본잠식 원인도 자세히보면 개업 때까지 들어간 경비를 털어내기 위한 것이지 장사를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며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여서 시간만 흐르면 해결될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참여연대의 한 회원이 11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민원실을 찾아와 고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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