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수입촉진 효과, 제조업 실익없다” 지적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 부설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와 엘지경제연구원의 연구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제조업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29일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이 국회에서 마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00년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오히려 감소했다”며 “정부는 이런 수출 감소를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거로 쓰지만,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상품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86억달러), 휴대전화(49억달러), 반도체(34억달러), 자동차부품(21억달러) 등이다”라며 “지난해 승용차는 14.3%, 휴대전화는 28.9%, 반도체는 22.5%가 수출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은 자동차 관세율이 2.5%에 불과하고, 전자제품은 대부분 한-미 정보통신협정에 의해 무관세 적용을 받는만큼,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져도 수출 촉진 효과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에 현재 10%인 한국의 승용차 관세율이 철폐된다면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은 대폭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져도 수출보다는 수입 촉진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형주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제조업이나 재벌기업이 큰 득을 볼 것이라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엘지그룹도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엘지전자는 일년에 1700만달러 정도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나왔으나, 이는 매출의 0.1%도 안 된다”며 “오히려 엘지화학의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종료될) 미국의 신속협상권한(TPA)에 우리가 얽매일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미국 쪽이 그것에 얽매여야 하고, 우리는 그 부분을 공격 지점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