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권력 ‘김앤장’ - (하)‘쌍방대리’ 논란
진로 법정관리·SK 경영권분쟁 등 구설수
김앤장 “로펌 대형화따라 선진국 기준완화 추세”
김앤장 “로펌 대형화따라 선진국 기준완화 추세”
[새로운 권력 ‘김앤장’ - (하)‘쌍방대리’ 논란]
진로 법정관리 · SK 경영권분쟁 등 구설수
김앤장 “로펌 대형화 따라 선진국 기준완화 추세” 김앤장은 그동안 몇차례 ‘쌍방 대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쌍방 대리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당사자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행위다. 변호사법 31조는 수임한 사건의 상대 쪽에서 맡기는 같은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또 변호사 윤리장전 17조 1항은 현재 맡은 사건과 이해가 저촉되는 사건을 맡는 것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앤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2003년 대한변협에 진정을 당하고 형사고발이 된 적이 있다. 진로는 1997년 법원에 화의신청을 하면서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다음해 화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진로의 채권 일부를 인수했던 골드만삭스가 2003년 진로의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쌍방 대리 논란은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 대리를 맡은 김아무개 변호사가 법정에 제출한 문서가 김앤장한테서 팩스로 받은 문건임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진로 쪽은 “진로의 화의와 구조조정 업무 등을 대리·자문하는 김앤장이 김 변호사를 앞세워 진로에 적대적인 골드만삭스를 사실상 대리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쌍방 대리일 뿐 아니라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쌍방 대리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김 변호사에게 보낸 팩스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김 변호사와 골드만삭스와의 연락을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그 뒤 검찰과 변협에서 무혐의로 처분됐다. 당시 징계심의를 맡았던 변협 관계자는 “진로 쪽에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하는 데 동의한다는 문서가 제출돼 무혐의 처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동의서에 대한 김앤장과 진로의 설명은 서로 다르다. 진로 쪽은 당시 쌍방 대리 문제가 불거진 뒤 김앤장 쪽에서 “골드만삭스와의 화해를 주선할테니 동의서를 써달라”는 제의가 와 ‘화해를 주선하는 범위 안에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취지로 써준 것일 뿐, 그 전에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한 것까지 동의하는 취지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앤장은 “당시 진로를 대리하고 있던 법무법인 쪽에서 ‘화해를 주선해 달라’고 요청해 동의서를 받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를 대리하지 않았다면서도 왜 동의서를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자꾸 쌍방 대리라며 시비를 걸어와 귀찮아서 ‘시비를 걸지 않겠다는 동의부터 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쌍방 대리 논란이 불거진 뒤 김앤장의 요구로 동의서가 작성됐고, 이 동의서가 김앤장에 유리한 증거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앤장은 2003년 에스케이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때도 쌍방 대리 시비를 불렀다.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이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소버린은 에스케이 지분을 14.99% 사들였다. 15%가 되면 에스케이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축소되는 상황이었다. 김앤장은 “당시 소버린의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다만 소버린이 주식을 다 산 뒤 주식취득 신고만 대행해달라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버린이 에스케이와의 경영권 분쟁을 자문해준 별도의 법무법인을 놓아두고 굳이 김앤장쪽에 주식취득 신고 대행만 요청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김앤장은 “우리가 보기에도 소버린이 단지 행정적 절차만 우리에게 맡긴 게 이상하지만 소버린이 허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세 당사자를 김앤장이 모두 대리하다 당사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97년 제이피모건은 동남아 외환관련 파생 금융상품을 개발해 에스케이증권을 판매간사로 국내 증권·투신사 등에 팔았고,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동남아 외환위기로 타이 바트화 등이 폭락하면서 이 파생 금융상품을 매입한 회사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결국 다음해 소송 사태로 번졌다. 김앤장은 애초 판매자인 제이피모건과 매입자인 증권·투신사, 지급보증을 한 은행들까지 모두 대리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랬다가 계약상의 지급보증 범위 등을 둘러싸고 3자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정형화된 거래 때는 당사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 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동의를 받은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97년 기아자동차의 화의를 대리한 김앤장이 다음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는 포드를 자문한 것도 문제가 됐다. 화의를 대리하면서 알게 된 기아차의 정보를 포드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앤장은 “법률적인 문제만 검토했을 뿐이므로 쌍방 대리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태도다. 김앤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려는 국민은행과 팔려는 론스타를 함께 자문하고 있다. 김앤장은 “양쪽의 동의를 받아 국내 은행법에 관한 해석 등 지극히 중립적이고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김앤장 쪽은 “쌍방대리 문제는 사안에 따라 치밀하게 따져봐야 할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로, 단순히 정서적이거나 획일적 논리로 비판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최근 기업과 로펌의 대형화, 글로벌화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그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김앤장은 또 “그동안 불거진 쌍방 대리 논란은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변호인을 공격함으로써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며 “소송이 아닌 자문 과정에서는 의뢰인의 동의가 있고 법무법인 내 변호사들끼리 소통을 막는 정보 차단벽(차이니스 월)을 치면 쌍방 대리가 허용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고 말했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김앤장 “로펌 대형화 따라 선진국 기준완화 추세” 김앤장은 그동안 몇차례 ‘쌍방 대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쌍방 대리란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당사자 양쪽을 모두 대리하는 행위다. 변호사법 31조는 수임한 사건의 상대 쪽에서 맡기는 같은 사건의 수임을 금지하고 있다. 또 변호사 윤리장전 17조 1항은 현재 맡은 사건과 이해가 저촉되는 사건을 맡는 것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앤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2003년 대한변협에 진정을 당하고 형사고발이 된 적이 있다. 진로는 1997년 법원에 화의신청을 하면서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다음해 화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진로의 채권 일부를 인수했던 골드만삭스가 2003년 진로의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쌍방 대리 논란은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 대리를 맡은 김아무개 변호사가 법정에 제출한 문서가 김앤장한테서 팩스로 받은 문건임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진로 쪽은 “진로의 화의와 구조조정 업무 등을 대리·자문하는 김앤장이 김 변호사를 앞세워 진로에 적대적인 골드만삭스를 사실상 대리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쌍방 대리일 뿐 아니라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쌍방 대리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김 변호사에게 보낸 팩스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문제가 있었던 김 변호사와 골드만삭스와의 연락을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사건은 그 뒤 검찰과 변협에서 무혐의로 처분됐다. 당시 징계심의를 맡았던 변협 관계자는 “진로 쪽에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하는 데 동의한다는 문서가 제출돼 무혐의 처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동의서에 대한 김앤장과 진로의 설명은 서로 다르다. 진로 쪽은 당시 쌍방 대리 문제가 불거진 뒤 김앤장 쪽에서 “골드만삭스와의 화해를 주선할테니 동의서를 써달라”는 제의가 와 ‘화해를 주선하는 범위 안에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하는 것을 동의한다’는 취지로 써준 것일 뿐, 그 전에 김앤장이 골드만삭스를 대리한 것까지 동의하는 취지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김앤장은 “당시 진로를 대리하고 있던 법무법인 쪽에서 ‘화해를 주선해 달라’고 요청해 동의서를 받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를 대리하지 않았다면서도 왜 동의서를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자꾸 쌍방 대리라며 시비를 걸어와 귀찮아서 ‘시비를 걸지 않겠다는 동의부터 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쌍방 대리 논란이 불거진 뒤 김앤장의 요구로 동의서가 작성됐고, 이 동의서가 김앤장에 유리한 증거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앤장은 2003년 에스케이와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분쟁 때도 쌍방 대리 시비를 불렀다.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이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소버린은 에스케이 지분을 14.99% 사들였다. 15%가 되면 에스케이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축소되는 상황이었다. 김앤장은 “당시 소버린의 주식취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다만 소버린이 주식을 다 산 뒤 주식취득 신고만 대행해달라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버린이 에스케이와의 경영권 분쟁을 자문해준 별도의 법무법인을 놓아두고 굳이 김앤장쪽에 주식취득 신고 대행만 요청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김앤장은 “우리가 보기에도 소버린이 단지 행정적 절차만 우리에게 맡긴 게 이상하지만 소버린이 허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갈리는 세 당사자를 김앤장이 모두 대리하다 당사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겨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97년 제이피모건은 동남아 외환관련 파생 금융상품을 개발해 에스케이증권을 판매간사로 국내 증권·투신사 등에 팔았고,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이 지급보증을 섰다. 그러나 동남아 외환위기로 타이 바트화 등이 폭락하면서 이 파생 금융상품을 매입한 회사들이 큰 손실을 입었고, 결국 다음해 소송 사태로 번졌다. 김앤장은 애초 판매자인 제이피모건과 매입자인 증권·투신사, 지급보증을 한 은행들까지 모두 대리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랬다가 계약상의 지급보증 범위 등을 둘러싸고 3자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김앤장은 “정형화된 거래 때는 당사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 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동의를 받은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97년 기아자동차의 화의를 대리한 김앤장이 다음해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려는 포드를 자문한 것도 문제가 됐다. 화의를 대리하면서 알게 된 기아차의 정보를 포드를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김앤장은 “법률적인 문제만 검토했을 뿐이므로 쌍방 대리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태도다. 김앤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려는 국민은행과 팔려는 론스타를 함께 자문하고 있다. 김앤장은 “양쪽의 동의를 받아 국내 은행법에 관한 해석 등 지극히 중립적이고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김앤장 쪽은 “쌍방대리 문제는 사안에 따라 치밀하게 따져봐야 할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로, 단순히 정서적이거나 획일적 논리로 비판할 성질이 아니다”라며 “최근 기업과 로펌의 대형화, 글로벌화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그 기준을 완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김앤장은 또 “그동안 불거진 쌍방 대리 논란은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의 변호인을 공격함으로써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며 “소송이 아닌 자문 과정에서는 의뢰인의 동의가 있고 법무법인 내 변호사들끼리 소통을 막는 정보 차단벽(차이니스 월)을 치면 쌍방 대리가 허용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라고 말했다. 김인현 최혜정 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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