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 시나리오별 경제 영향
[북한 핵실험 강행 파장] 국제사회 대응수위가 관건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국 경제는 당분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전체 경제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경제에 부담을 줘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올해 5%, 내년 4.6%) 달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별 경제 영향=우선 사태가 외교적으로 타결될 경우에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외 신인도가 제고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돼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다. 둘째, 긴장 속 대치 국면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고착되면 금융시장과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차츰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미국이 대북 해상봉쇄 등 군사적 압박까지 가할 경우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이 예상된다.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며 “소비와 투자마저 위축되면 경기가 큰 폭으로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의 맞대응이 어느 수준이 될 것이냐에 달렸다”며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의 현금보유 욕구가 더 강해지고, 내년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시나리오별 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시장 심리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 시각=국제신용평가사들은 9일 북한의 핵실험 성공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오가와 다카히라 스탠더드앤푸어스 국장은 “현 단계에서는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에 대한 직접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핵실험에 대한 한국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북핵 사태가 과거보다 심각해져 투자심리가 위축되겠지만 이번 사태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영우 유비에스(UBS) 한국 대표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수단이 경제적인 것이라면 부담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지만 군사적 조처에 나설 경우 좋지 않은 상황이 오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 석진환 김진철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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