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가운데)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왼쪽), 박흥수 농림부 장관 등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체결대책특위 회의에서 답변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서명 시한 얽매여 ‘자원조달 계획’도 없이 발표
예상피해액조차 파악 못해…국회 “겉치레” 질타
예상피해액조차 파악 못해…국회 “겉치레” 질타
정부가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뒤 미국 워싱턴 국회 의사당에서 30일(미국시각) 양국 통상장관들끼리 협정문에 서명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이 정한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재협상과 서명은 분리하겠다’던 정부의 애초 원칙을 허문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8일 “협정을 미국 의회에서 승인받으려면 현실적으로 미국의 일곱 가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과 재협상을 하루 이틀 만에 마무리하고 협정문을 수정한 뒤 30일 공식 서명절차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쳤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이날 국회 한-미 에프티에이 특별위원회에서 “아마 한차례 정도 더 미국 쪽과 추가 협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30일 서명이 가능하도록 협상이 진행되기를 양쪽 협상 당사자는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문제라든지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협상 요구가 나오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일단 박스를 덮고 비준 동의 절차로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통상조약 체결권한을 위임한 규정인 무역촉진권한의 시한이 만료되기 전에 협상을 끝내는 게 좋겠다는 뜻이다. 이 시한을 넘겨 재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미국 쪽에서는 의회가 직접 나설 수 있게 돼, 협정문 전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의 재협상 관련 태도 변화는, 미국 의회나 행정부 입장을 고려해 막판까지 ‘끌려가기 협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미국 날짜로 30일까지 서명하려면 국내 논의 및 의견수렴 과정이 이틀(29~30일)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는 29일 오전 대외경제장관회의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30일로 예정된 서명식 이전에 미국 제안에 대한 최종 방침과 재협상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정 서명식에 참석하러 29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미국의 수정제안에 대한 면밀한 타당성 검토와 국내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채, 우선 미국과 협정체결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급급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송창석 최우성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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