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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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체를 위해 국민과 소비자가 존재하는 게 아니다. … 우리나라 국민들의 통신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4배나 높다. … 통신요금 인하의 당위성은 오래 전부터 강조돼 왔다. … 업계 자율로 통신요금이 인하되도록 유도할 것이다. … 요금을 인하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뒤 법을 개정해 추진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김형오 부위원장이 지난 6일 아침 〈한국방송〉의 ‘일요진단’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앞서 5일에는 최경환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가 정보통신부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의 통신요금 인하 추진 방안을 마련해 보고해 달라고 했고, 정통부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의 확고한 통신요금 인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떤 방법으로 ‘피부에 와 닿는 수준의 요금 인하’를 추진할 것이냐다. 정통부와 인수위는 한결같이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정책을 통해 요금이 내려가도록 하겠다”고 되뇐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그동안 “우리도 내리고 싶지만 정통부가 후발업체 죽인다며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케이티(KT)도 정통부가 막아 재판매 요금을 차별화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해온 말이 있으니 요금 인가제를 완화하면 내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수준’까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미 인수위의 통신요금 인하 방침에 “말도 안된다”고 강력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통신시장의 규제완화는 경쟁을 촉진시켜 소비자 편익을 높이자는 것이다. 정통부는 그동안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관리경쟁’ 정책을 펴왔다. 통신업체 간 경쟁 수위까지 조절하며 사업자 편을 들었다. 그 결과 통신요금도 사업자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책정돼 왔다. 오죽했으면 인수위가 통신요금 20% 인하 방침을 밝히자, 서울와이엠시에이와 녹색소비자연대·너머서 같은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인수위의 통신요금 인하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어 “이동통신 업체들이 독과점과 관리경쟁 상황을 이용해 휴대전화 요금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만들어놨다”며 “턱없이 높은 휴대전화 기본료와 문자메시지 이용료, 받지 않아야 할 것을 받고 있는 휴대전화 가입비만 바로잡아도 가시적인 요금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을까.
통신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리경쟁 정책에 안주하는 통신업체들을 요금·서비스 경쟁 무대로 내모는 게 먼저다. 사업자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통신요금 구조를 서둘러 바로잡아야 선·후발 통신업체 및 유·무선 통신업체 간에 요금·서비스 경쟁이 활성화돼 통신업체들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휴대전화 기본료와 문자메시지 이용료를 낮추고, 가입비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게 이뤄지면 유·무선업체 간 경쟁을 통해 유선전화 요금도 덩달아 내려간다. 이게 시장원리를 살리는 길이다.
이명박 당선인 쪽이 진정으로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생각이 있다면, “통신요금을 내리면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고 징징대는 통신업체들의 반발 논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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