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 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자산 규모 확대에만 집착하는 인수·합병(M&A)은 성공할 수 없다. 외환은행의 역량과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매물로 나온 지 어언 5년. 외환은행 매각작업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입질을 하던 잠재적 인수자들도 쏙 들어갔다. 금융권에선 외환은행 매각 작업은 한동안 지연될 수밖에 없고, 이 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등합병론·국내은행의 인수는 ‘부정적’
“건전성·안정성 유지, 기업 가치 높이는 일”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금융위기로 구매력이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탓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면서도 잠재적 인수자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털어놨다. 웨커 행장은 “규모의 경제만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이 아니라 조직 역량과 문화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에는 이런 점에 부합하는 인수자는 적은 것 같고 외국 투자자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등합병론이나 국내 은행의 외은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은행 경쟁력은 규모보다는 효율성과 수익성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웨커 행장은 같은 맥락에서 “관리·통제되는 성장전략”을 강조했다. “지난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장기 관점에서 통제·관리되는 성장 전략 속에 핵심 수익분야를 강화한 덕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이 최근 4~5년간 벌인 자산 확대 경쟁 때 한발 비켜서 있었던 외환은행은, 지난해 8천억원 이상의 순익을 내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다. 웨커 행장은 “미국 등에서 금융기관에 자본 확충을 지속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되고 있다”면서 “건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한 은행은 본연의 역할인 실물 부문 지원도 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건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은 매각에 대비해 외환은행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웨커 행장은 경기 침체기에 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거래 기업 중에는 실물 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무역업 분야 기업이 많다”며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이런 기업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국내 은행 중 외환은행이 가장 많은 외화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점을 자랑했다. 물론, 외환은행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기업 여신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3천억원 가까이 쌓았고, 특히 지난해 말에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3개월 전보다 0.47%포인트나 급등했다. 이에 대해 웨커 행장은 “수익성이 나빠져 올해는 분명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장기 전망 속에 고객의 니즈(필요)를 한발 앞서 파악하고, 전체적인 익스포저(신용공여)를 잘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끝> 글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건전성·안정성 유지, 기업 가치 높이는 일”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금융위기로 구매력이 줄어들고,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탓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면서도 잠재적 인수자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털어놨다. 웨커 행장은 “규모의 경제만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이 아니라 조직 역량과 문화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에는 이런 점에 부합하는 인수자는 적은 것 같고 외국 투자자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등합병론이나 국내 은행의 외은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은행 경쟁력은 규모보다는 효율성과 수익성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웨커 행장은 같은 맥락에서 “관리·통제되는 성장전략”을 강조했다. “지난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장기 관점에서 통제·관리되는 성장 전략 속에 핵심 수익분야를 강화한 덕택”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들이 최근 4~5년간 벌인 자산 확대 경쟁 때 한발 비켜서 있었던 외환은행은, 지난해 8천억원 이상의 순익을 내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냈다. 웨커 행장은 “미국 등에서 금융기관에 자본 확충을 지속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 되고 있다”면서 “건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한 은행은 본연의 역할인 실물 부문 지원도 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건전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일은 매각에 대비해 외환은행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웨커 행장은 경기 침체기에 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거래 기업 중에는 실물 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무역업 분야 기업이 많다”며 “경제가 어려울 수록 이런 기업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후 국내 은행 중 외환은행이 가장 많은 외화유동성을 공급했다는 점을 자랑했다. 물론, 외환은행도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대출 부실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기업 여신 부실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3천억원 가까이 쌓았고, 특히 지난해 말에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3개월 전보다 0.47%포인트나 급등했다. 이에 대해 웨커 행장은 “수익성이 나빠져 올해는 분명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장기 전망 속에 고객의 니즈(필요)를 한발 앞서 파악하고, 전체적인 익스포저(신용공여)를 잘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끝> 글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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