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2부 중국-열강의 포효
1. 선진국형으로 변신하는 전자산업
1. 선진국형으로 변신하는 전자산업
시장점유율 꾸준히 증가
소비 늘어난 내수 공략도
비용 더 들어도 인재영입
품질·브랜드 관리 공들여 중국 전자산업 대표기업들은 최근 개발도상국형에서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독자 브랜드를 확보하고 내수시장 기반을 넓히면서 ‘사람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자 브랜드 보유는 다국적기업의 하청생산기지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영국의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는 최근 세계 가전업계가 깜짝 놀랄 수치를 발표했다. 2009년 전세계 가전업계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가 중국의 하이얼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2001년 하이얼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1.7%였는데, 2009년에는 5.1%까지 뛰어올랐다. 이 기간 미국 월풀의 시장점유율은 5.1%에서 4.5%로 내려앉았다. 삼성과 엘지도 점유율을 높였지만 하이얼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개인용컴퓨터에서는 레노버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국 브랜드는 세계 주요 컴퓨터 생산자 리스트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다가, 2004년 레노버가 아이비엠(IBM)의 피시(PC)사업부문을 인수한 뒤 세계 3~4위권의 시장점유율을 지켰다. 레노버는 아이비엠 인수 첫해 6.9%이던 시장점유율을 2009년 8.7%까지 끌어올렸다. 다국적 기업은 이제 중국 업체의 경쟁사일 뿐이다. 독자 브랜드는 고급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토대도 된다. 독자 브랜드가 없는 상태에서는 같은 품질의 제품을 최대한 싸게 만들어 내놓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러나 독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이야기가 다르다.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가격까지 높아질 수 있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중국 기업들은 내수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주요 공략지는 저가경쟁이 가능한 선진국, 특히 서구 시장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의 변화와 위안화 절상 움직임 등 여러 환경이 바뀌면서,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 세계 가전시장 점유율 추이
중국 기업들은 이들에 대해 노동조건 향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타이허컨설팅>이 중국 300여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89%가 임금 인상을 통해, 75%가 채용 문턱을 낮추어서, 41%가 작업환경 및 복리제도를 개선해서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결하겠다고 응답했다.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인재를 끌어와 품질과 브랜드를 관리하는 선진국형 인사전략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중국 전자업계의 최근 변화는 무엇보다 ‘아시아적 차별성’에 근거하고 있다. 애플의 혁신과 하이얼의 혁신은 다르다. 필립 카마이클 하이얼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하이얼의 혁신은 고객이 주도한다”고 말했다. 레노버의 마지안롱 기업사회책임부 총감은 “고객의 일상적 욕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게 우리의 혁신이고 창조성”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혁신으로부터 레노버가 개발도상국에 원터치 컴퓨터를 내놓았고, 하이얼이 일본에 1인 가구용 전자레인지를 내놓아 성공시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혁신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미국의 애플과는 매우 다른, 밑바닥으로부터의 ‘역 혁신’ 노력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정연 기자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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