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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품질은 일본차” 고객 신뢰로 리콜사태 넘겼다

등록 2010-09-28 21:38수정 2010-11-23 14:15

일본 3대 자동차업체의 신흥시장 판매량 추이
일본 3대 자동차업체의 신흥시장 판매량 추이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3부 일본-영광이여 다시 한번
1. 자동차 산업, ‘인간존중’ 경영철학은 계속된다

도쿄에서 130㎞ 떨어진 도치기현에는 1997년 혼다자동차가 세운 640만㎡ 규모의 자동차 테마파크에 ‘헬로 우즈’라는 체험학습용 숲이 따로 있다. 멧돼지, 도마뱀 등이 사는 숲엔 연간 10만명이 찾아와 자연을 관찰하고 캠핑을 즐긴다. 숲 관리 총책임자인 사키노 류이치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환경을 고민하는 건 ‘인간 존중’이란 경영철학을 가진 기업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경영철학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다. 일본에서 만난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어떻게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할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은 듯했다. 이런 태도는 일본이 세계 최대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선도해나가는 저력을 발휘하는 밑거름이 됐다.

품질·인간중시 경영철학
금융위기도 조기에 극복

10년 투자 친환경차 선두
신흥시장 공략이 과제로

물론 세계 금융위기로 휘청인 건 일본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도요타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혼다는 수출이 급감해 공장 생산라인 절반을 세워야 했다. 미국에서 터진 ‘리콜 사태’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온 일본차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그러나 여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2분기 도요타, 혼다, 닛산 등 3대 완성차업체의 순이익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북미 등 주요시장에서 점유율도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요코타 지토시 혼다 이사는 “리콜사태에도 큰 타격이 없었던 건 10년 넘게 일본차를 타본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현지에선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의 동력을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 정신에서 찾는다. 모노즈쿠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일본 제조업의 독특한 장인정신을 뜻한다. 여기에 더해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인간 존중’을 뜻하는 ‘히토즈쿠리’(사람 키우기)도 핵심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 오재훤 메이지대학 교수(경영학)는 “일본 기업은 공통적으로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지혜를 믿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영철학은 생산방식, 조직문화, 노사관계, 부품업체와의 협력관계 등에 오랜 전통으로 뿌리내려 위기 때 일본 기업들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돼줬다. 단적인 예로, 도요타 공장에선 노동자가 작업중 문제점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생산라인을 세울 수 있도록 할 정도로, 개인 또는 팀을 통해 ‘가이젠(개선)’방안을 찾아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을 중시한다. 그러다보니 생산성과 효율성 증가도 경영진의 지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현장 중심으로 이뤄진다. 도요타 광저우 공장의 자동화율이 50%대에 머무는 것은 ‘인간 중심’ 생산방식의 또다른 예다. 직능자격제도를 도입해 생산직과 사무기술직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 종신고용을 보장한 덕분에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노조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공장 간에 자유롭게 물량을 이전한 ‘유연함’은 불황을 쉽게 탈출하는 통로가 됐다. 우종원 사이타마대학 교수(경영학)는 “계급적인 요소가 강한 서구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을 지탱하는 내부 논리 가운데 중요한 건 아시아적인 평등 가치”라고 분석했다.

신흥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원가절감 노력도 기본적으로 협력업체와 신뢰를 바탕으로 출발한다. 도요타는 올해 초부터 협력업체들과 팀을 짜서 3년간 부품조달비용을 평균 30% 삭감하는 ‘아르아르-시아이(RR-CI)’라는 원가절감 혁신활동을 새롭게 진행중이다. <일간자동차신문>의 도요타 담당 기자인 오부치 히로시는 “완성차업체가 단가 인하를 독단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부품업체가 개발·생산 단계에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협력해 이익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자동차 업계도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다. 일본 정부가 최대 25만엔까지 지급하던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이달로 종료되면서, 하반기에는 내수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포화상태인 선진시장을 벗어나 신흥시장으로 판로를 넓히는 새로운 글로벌 전략도 필요하다. 이런 험난한 미래는, 위기 때 그랬던 것처럼 이해관계자들간 신뢰와 공동체와의 연대로 돌파할 수 있다는 게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이달 초 만난 오노 미쓰루 도요타 사회책임경영(CSR) 실장의 말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사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개발을 시작해 큰 성공을 거뒀다. 환경(사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면 비즈니스 결과도 좋다는 교훈을 얻었다.”

도쿄/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나고야/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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