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5부> 한겨레-한겨레경제연구소 공동기획
“가격경쟁력보다 지속가능성 중요해져
단기성장 위주의 평가·보상은 개선을”
“가격경쟁력보다 지속가능성 중요해져
단기성장 위주의 평가·보상은 개선을”
‘사람과 공동체, 조화의 중시.’
16일 분과토론의 정수는 ‘아시아적 맥락에서의 기업 경쟁력’이란 주제로 열린 시간이었다. 아시아 미래포럼 기조연설을 맡은 아오키 마사히코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의 무게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특히 한·중·일 기업의 경쟁력을 아시아의 전통과 문화와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나눴다. 출발점은 지나친 단기이익 중시, 실물과 유리된 금융체계 등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기업들이 서구 기업과는 다른 핵심 가치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사실이다. 각국을 대표한 토론 참석자들은 이처럼 위기 극복의 동력이 된 ‘다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마다 대답을 제시했다.
리밍싱 중국기업협회 부이사장은 중국 사회의 ‘조화 중시 문화’를 열쇳말로 내세웠다. 정부, 기업과 노동자, 효율성과 안정성, 기업 이익과 사회 책임 사이의 ‘조화’가 경쟁력의 근거라는 얘기다. 그는 “정부가 기획하고, 기업이 구현하며, 두 집단이 적절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정부 역할을 적절하게 인정한 가운데, 세 나라 기업들은 각자 비교우위에 있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동아시아 역내와 기업 간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졌다고 리 이사장은 주장했다. 무엇보다 세 나라 기업 경쟁력의 뿌리에는 ‘제조업 중시, 실물과 금융의 긴밀한 관계, 화합 중시의 유교사상’도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아시아적 가치와 문화는 기업의 사회책임경영과도 바로 연결되며, 지속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은 “금융위기 전에는 가격 경쟁력만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치가 미래 경쟁력과 리더십의 요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시장 3.0의 시대”라며 “유교 바탕의 문화를 비롯한 동아시아 관점에서의 가치체계는 책임경영을 통한 성장의 힘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화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는 우선 ‘권위와 그에 대한 복종의 문화에 기반한 수직적 권력구조’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경우 이제까지 외부적 충격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성장하며 ‘조화로운 사회 건설’을 외치고 있지만, 최근 노사갈등과 소득분배 등 내부적으로 누적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와 전통에서 비롯한 무형적 요소가 기업 경쟁력의 한 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영면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서구 기업들이 도입한 인적자원(HR) 관리 기법을 아시아적 가치로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동아시아 기업의 경쟁력은 공동체와 인간 중시의 문화에 기반한 것”이라며 “단기성과 위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인적자원 관리 방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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