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스톡홀름서 식당 연 교민 이찬희씨, 토직한 1년6개월치 월급 ‘종잣돈’
민간 안정위원회선 ‘실업급여’, 고용사무소에선 창업컨설팅
심사 끝나자 개업보조금까지
민간 안정위원회선 ‘실업급여’, 고용사무소에선 창업컨설팅
심사 끝나자 개업보조금까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사는 교민 이찬희(50)씨는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에릭손에서 16년 동안 소프트웨어 설계를 해온 그는 회사가 구조조정에 나서자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코리아하우스’라는 한식당을 차리기까지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몸소 체험했다. 그것은 불안한 시기에 그를 도와준 안내자이자 안전판이었다.
이씨가 에릭손을 그만둔 것은 2009년 6월이었다. 회사는 그에게 퇴직 이후 1년 동안 계속 월급을 주기로 하고, 이와 별도로 6개월치 월급을 일시불로 지급했다. 모두 더하면 81만크로나(1억3770만원)라는 돈이 주어진 셈이다. 이 돈은 그가 1년 이상 쉬는 동안 생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창업을 결심하게 한 종잣돈이 됐다.
에릭손은 퇴직자들의 전직을 돕는 민간회사인 ‘노동자안정위원회’를 통해 그의 ‘새출발’을 지원했다. 그를 대신해 매달 월급의 0.3%에 해당하는 돈을 안정위원회에 내줬고, 안정위원회는 그에게 취업시장 동향과 직장을 소개해줬다. 창업에 필요한 절차와 법률, 세무 등 실무지식도 가르쳐줬다. 안정위원회는 생계 지원 명목으로 보충실업급여도 지원했다. 보충실업급여는 첫 6개월 동안에는 실직 전 소득의 80%, 이후 6개월 동안은 70%, 이런 식으로 최대 2년간 지원된다. 이씨는 6개월치 9만크로나(1530만원)를 일시금으로 받았다.
스웨덴의 실업보험제도는 부문별 노조가 만든 실업기금을 통해 운영된다. 노동자는 취직과 함께 실업기금에 가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조원이 된다. 노조 조직률이 80%를 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씨는 직장에 다닐 때 한 달에 실업보험료로 100크로나, 노조회비로 200~300크로나를 냈다. 스웨덴 실업보험기금연합 멜케르 외데브링크 이사는 “재원은 고용주가 55%, 노동자가 45%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복지 혜택은 그가 식당을 개업하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회사를 그만두자 지역고용사무소로부터 등록을 하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창업을 하려 한다고 하자 상담원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개업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서에는 투자금액과 자금조달계획은 물론, 창업 이후 1년간 자금 전망과 예상 수입·지출 내역 등이 포함돼야 했다. 이씨는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사업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업계획서는 민간 컨설팅회사로 넘어가 전문가들의 심사를 받았다. 컨설팅회사가 2주 만에 사업을 해도 좋겠다는 평가를 내리자 1주 뒤에 개업보조금이 나왔다. 6개월치 월급의 80%인 9만크로나였다. 이씨는 결국 에릭손에서 받은 명예퇴직금(1년6개월치 월급) 외에 보충실업급여 9만크로나와 개업보조금 9만크로나를 추가로 받은 셈이다.
스웨덴은 자영업자들도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데브링크 이사는 “자영업자들을 주로 회원으로 받는 실업기금도 있다”며 “또 ‘알파’라는 실업기금에는 예술가들처럼 일반 실업기금에 가입하기 힘든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대기업 직원이었던 교민 이찬희씨는 퇴직 후 식당을 차리기까지 스웨덴 기업과 정부가 제공해준 각종 지원이 그에게는 “불안한 시기에 안내자이자 안전판이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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