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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그리스가 문제…유로존서 나가라”
유로의 고향서도 ‘분열 그림자’

등록 2011-12-05 21:02수정 2011-12-07 11:45

마스트리흐트 시민들
경제위기로 일자리 잃자
민족주의·배타성 강해져
유럽 한지붕 아래 통합이
자신의 삶 흔들었다 생각
‘화이트 스완’이란 위기가 반복되는데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저서 <위기경제학>에서, 예기치 못한 위기라는 의미의 ‘블랙 스완’에 대비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설명한 데서 연유한다. 최근의 일상화된 경제위기는 세계가 ‘화이트 스완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반복되는 위기 속에 소득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다. 혼돈 속에서 표류하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 현장을 짚어본다.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네덜란드 동남부 마스트리흐트의 옛 시가지 골목. 50대 남성 셋이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낮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로존 경제위기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자 그리스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시가를 깊게 빨아대던 요 블린트는 “은행들과, 실제로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나라들이 문제”라며 “그리스 같은 곳은 유로존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 케이스 판소메런은 “55살이면 퇴직해 연금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의 ‘먹고 놀기만 하는 문화’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만난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시민들은 그렇게 불만을 내뱉었다. 유럽의 남쪽 구석에 자리잡은 그리스에서 발생한 위기가 자신들의 삶을 흔들고 있다고 역정을 낸다. 관광객이 줄어 최근 카페 문을 닫았다는 블린트는 “거리에 사람이 없지 않으냐”며 “나와 이 친구들을 비롯해 자주 어울리는 친구가 다섯인데 모두 실업자”라고 말했다. 판소메런은 복지 설계사를 하다 해고당했다고 한다.

이들의 반응이 더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것은 마스트리흐트가 20년 전 유럽 현대사의 큰 전환점이 된 조약이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1991년 12월9~10일 이곳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합의되고 2년여 뒤 발효된 마스트리흐트조약으로 공동시장에 불과했던 유럽경제공동체(EEC)는 ‘정치 공동체’를 추구하는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한다. 또다른 핵심 합의 사항이 최근 경제위기의 중심에 놓인 유로화의 도입과 경제통화동맹의 창설이다.

하지만 한때 번영하는 유럽의 상징이던 유로는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다. 블린트는 “어쨌든 이런 중요한 조약으로 유명해진 도시에 사는 게 자랑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러고 있는데 자랑스러울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정서는 ‘유로의 고향’이면서 독일·벨기에와 접한 국제도시인 마스트리흐트에서도 민족주의와 배타성을 자극하고 있다. 마스트리흐트가 주도인 림뷔르흐주에서는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자유당이 최다 득표(26.9%)를 하며 이변을 일으켰다. 2006년 총선 땐 자유당은 이 지역에서 10%를 얻는 데 그쳤다. 가톨릭 지역인 림뷔르흐주에서는 전통적으로 기독교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실업률은 올라가고 동유럽 이민자들이 들어오자 자유당 지지자가 급증했다.

림뷔르흐주 출신으로 네덜란드 자유당 소속의 유럽연합 의원인 라우렌세 스타선은 “유로 위기는 무제한적 유럽 통합이라는 잘못된 생각의 위험성을 똑똑히 보여준다”며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밀턴 프리드먼도 아주 오래전에 유로존의 실패를 예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스타선 의원은 “유로존에 남는 한 경쟁력 부족이라는 그리스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리스를 유로존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유럽 통합이 살길’이라는 쪽에서는 사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마스트리흐트대에서 유럽법을 공부하는 호드리그 메스키타 드 쿠냐는 “유럽인들이 이만큼 번영을 누리고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게 유럽 통합 덕분인데, 사람들이 갑자기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유럽인들의 눈은 마스트리흐트 합의로부터 20년이 되는 날, 유로를 살리기 위해 모이는 유럽 정상들한테 향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통합 방안 등을 논의할 9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유럽국가의 분열이냐, 더 강한 통합이냐를 가를 분기점이다. 마스트리흐트/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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