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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금융 과잉’ 수술 시급…“대마불사 은행 쪼개야”

등록 2011-12-13 18:55수정 2011-12-13 21:38

반복되는 위기
‘화이트스완’ 시대

⑥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위기 유발 은행들 처벌하고
균형재정 위해 세금 올려야
분배·고용정책에 자원집중
극심해진 빈부격차 해소를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시작해 4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세계경제의 혼돈은 주류 경제학자들마저 ‘과격하게’ 만들고 있다. 자본주의의 종말을 경고하는 이들까지 나타났을 정도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8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장이 스스로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자본주의가 어느 순간 내적 모순으로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던 카를 마르크스의 말이 옳았다”고 말했다. 산업과 유리된 자본이 지배하는 지금의 금융자본주의는 가짜이며, 경제의 아마겟돈 시대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비판적 경제학자들은 위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위기를 잉태했던 근본원인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1945~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당시 거의 없었던 금융위기가 70년대 후반 이후 지금까지 100여차례 발생하고, 그 규모가 갈수록 커졌다는 점은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금융·자본 자유화와 규제완화, 감세 등을 핵심으로 한 미국의 이른바 ‘워싱턴 컨센선스’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세계경제를 지배한 탓이 크다. 이런 정책은 금융의 전세계적 과잉과 투기, 그리고 극심한 빈부격차를 초래했다.

비판적 경제학자들은 우선 금융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한다. 구체적으로는 위기 유발자에 대한 처벌, 대마불사에 기생하는 대형 은행의 분리, 경영자들의 왜곡된 보상시스템 개혁, 감독체계 강화 등이 핵심 과제들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은 아파서 병들어 있는데 수술은 하지 않고 진통제만 주고 있는 꼴”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대형 은행들을 처벌하고 ‘좀비은행’들은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막대한 구제금융이 금융기관을 살리는 데 투입되는 바람에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는 흘러가지 못해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9월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은행들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희망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2008년 위기 이후 더 커진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분리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부채 재조정과 재정 개혁도 긴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동걸 한림대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이르는데, 이는 정부가 세금의 20~25%를 이자를 갚는 데 쓴다는 얘기”라며 “이런 수준의 재정적자는 세계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은 모든 걸 균형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재정지출 감축은 경기를 더 악화시킬 테니 결국 남는 방법은 증세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일부 부유층들이 증세를 주장하는 게 이런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로존의 위기에 대해선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주문이 많다. 더욱 강력한 통합으로 가든지, 아니면 남유럽 일부 국가를 디폴트(채무불이행)시키든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유로존은 제대로 된 중앙은행이 없고, 재정과 노동시장도 통합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일통화를 도입해 이런 사태가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극심한 빈부격차 해소도 위기를 해결하는 핵심이다. 로버트 라이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불공평한 소득분배는 중산층의 소비수요를 제약해 경제를 위축시키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재분배·고용정책에 자원을 집중해야 지속가능한 성장과 부채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봉 2만달러 이하 노동자에게 1만5천달러의 보조금 지급(역소득세 정책) △탄소세 부과 △상위 1% 소득자에게 55% 세율 부과 △노동자 재교육에 전직 임금의 90%를 1년간 지원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 바우처 지급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신흥국의 경상흑자와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상적자라는 글로벌 불균형과 달러체제의 불안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유엔 전문가위원회는 최근 달러 기축통화체제가 세계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새로운 ‘국제준비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새로운 국제준비은행을 창설해 여기에서 준비통화를 발행하자는 것이다. 이 안에서는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를 이 준비통화와 통화스와프 방식으로 교환할 수 있어, 위기에 대한 보험으로 달러를 축적할 필요가 없게 된다.


다양한 개혁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책으로 집행되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정책당국자들은 금융위기를 잉태했던 당시의 인물들 그대로여서 새로운 정책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1930년대 미국에서 대중시위가 뉴딜개혁을 추동했듯이 동력은 시민들한테서 나온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끝>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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