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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과도한 복지탓? 부동산 거품·감세·무능한 정부 얽혀

등록 2011-12-06 21:34수정 2011-12-07 11:41

(※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위기 ‘화이트스완’ 시대
스페인·아일랜드 경제 파탄
부동산 거품 붕괴가 주범
공공부문 비대한 그리스
탈세·감세로 지탱 어려워져
포르투갈 등 5개국 만성적자
단일통화탓 환율 조정 못
“과도한 복지가 원인이라고요? 그렇다면 훨씬 이전에 위기가 닥쳤어야 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에두아르도 카탈란(32)은 과도한 복지 때문에 스페인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게 아니냐는 물음에 대뜸 손사래를 쳤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복지를 위기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후안 라몬 콰드라도 알칼라대 교수도 복지를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겉만 본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정부의 과도한 지출이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비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보조와 공공부문 인원 증대, 지방 공기업 설립 등 불필요한 곳에 지출이 많았던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을 뒤덮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모습은 비슷하지만, 그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된 사정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 때문인지 유럽의 전문가들은 각국의 위기를 관통하는 ‘공통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었다. 필리프 다르비즈네 비엔피(BNP)파리바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남유럽 부채위기는 근본적으론 중심국가가 없는 유로존의 한계에서 비롯했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17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대주주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구심점이 되지 못해 해법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국가간 상호연관성을 높이면서 부채와 거품을 확산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인의 호세루이스 페이드로 폼페우파브라대 교수는 “유로존 출범 이후 역내 금융통합지수가 40% 이상 증가했다”며 “금융통합의 정도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면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의 부동산 거품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얽힌 금융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위기가 전염되는 속도를 키웠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파생상품이란 망을 타고 전세계 경제를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이런 공통의 문제 위에 부동산 거품,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정치 리더십의 부재 등 다양한 요인이 포진해 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 경제가 파탄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처럼 부동산 거품 때문이다. 집값이 오를 때 주택을 담보로 공격적으로 대출에 나섰던 스페인 저축은행들은 세계경제 침체로 집값이 빠지자 급속도로 늘어나는 연체율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은 아직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바르셀로나 주정부가 운영하는 일자리센터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헤레스(56)는 1996년에 산 방 4개짜리 주택이 3배나 뛴 90만유로(14억)나 한다고 자랑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정부가 은행을 살리려 구제금융을 쏟아붓고, 경기에 불씨를 지피려 재정을 투입하면서 민간의 빚이 정부로 순식간에 옮아붙었다. 이전까지 아일랜드의 재정은 튼튼했다. 2007년 아일랜드의 국가부채는 우리나라보다 건전한 24.9%에 불과했고, 정부의 수입도 지출보다 많았다. 하지만 불과 2~3년 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아일랜드는 빚더미에 올랐다.

그리스는 공공부문이 비대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아테네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는 크리스(35)는 “선거철만 되면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에 표와 공공부문 일자리를 주고받는 거래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의 22.3%를 차지했고, 이에 따른 인건비 지출은 예산의 25%를 갉아먹었다. 탈세와 감세 등으로 세입 기반이 허약한 그리스로선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는 더 많은 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위기의 원인이다. 위기를 겪고 있는 피그스(PIIGS: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다섯 나라 모두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포르투갈이 가장 심각했다. 이 나라는 지난 16년 동안 계속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난 부분을 계속해서 외국에서 꾸어온 빚으로 메웠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미국 다음으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나라들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이들 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낮은 데서 기인한다. 그리스나 스페인에서 학자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관광을 빼면 딱히 경쟁력 있는 산업이 없는 현실을 아쉬워했다. 이는 유로존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환율 조정을 통해 제품가격이라도 낮춰서 수출해야 하는데 단일 통화 시스템 안에선 그게 불가능했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와 적자국인 피그스의 불균형은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정부의 무능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장에르베 로렌지 프랑스경제학자연합회 회장은 “유럽 부채위기는 복지 때문이 아니라 성장의 침체와 정치적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았다. 그와 인터뷰한 지 10일도 채 안 돼 두 사람 모두 차례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파리 바르셀로나 아테네/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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