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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위기 본질은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정체”

등록 2011-12-06 21:43수정 2011-12-07 11:40

반복되는 위기 ‘화이트스완’ 시대
인터뷰/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사피르 교수
삶 수준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기 시작…
모기지 위기에서 출발해
은행위기…유동성 위기로…
결국 국가 채무 증가시켜

유로화는 현재 형태로는
지속될 수 없을 것…
국가 재정위기는
복지 때문이 아니다
세금 감소에서 비롯

 자크 사피르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는 요즘 유럽에서 가장 바쁜 경제학자 가운데 하나다. 경제 위기에 빠진 유럽 각국의 정부와 의회가 그의 의견을 들으려 연락을 해온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놓고 그리스 총리와 3자담판을 벌인 날에는 결과를 기다리느라 다음날 새벽 2시30분에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그에게 조언을 구하는 대통령 경제자문가 수장 자비에 무스카의 전화가 이어졌다. 그리스 의회에서도 그에게 자문을 구해왔다. 지난달 3일 파리13구에 있는 연구소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프랑스 의회와 언론의 전화가 빗발쳤다.

자크 사피르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
자크 사피르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

-세계 경제 위기가 어떤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보나?

“위기는 ‘변종 바이러스’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위기에서 출발해 은행 위기로, 다시 유동성 위기로 변했다. 결국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총체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와 국가의 채무를 증가시켰다. 지금 우리는 국가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요컨대 위기가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위기가 계속해 형태를 바꿔나갈 것으로 보나?


“그렇다. 이번 위기가 실물경제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심각한 경기침체 혹은 불황의 조짐까지 보인다. 유럽이 1930년대 독일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당시 은행을 구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폈지만 실업률이 13%에서 40%로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럽이 이런 긴축적인 재정정책과 수축적인 화폐·신용정책을 다시 쓸지도 모른다는 점이 두렵다. 이런 결합은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 위기가 해소되지 못하고, 더욱 악화되는 건가?

“위기의 근원을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이 아니라 증상만을 치료해온 것이다. 위기의 본질은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 정체다. 그들이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금융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철폐가 금융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 따라서 실물과 금융 부문의 이런 병을 치유하지 못하면 위기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

-유로존의 위기가 심각하다.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

“유럽이 미국처럼 진정한 연방체제를 구축할 수 없다면, 유로화를 지금과 같은 단일화폐에서 ‘공동화폐’(유로화를 대외결제 수단으로서만 보유하고 국내에선 자국 화폐 부활)로 전환시켜야 한다. 각 국가에 화폐 주권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제도가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단일한 화폐정책을 시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로지역 국가 간의 경쟁력 차이도 위기의 한 요인이라고 보나?

“많은 유럽의 정치인들은 유로화 도입 이후 역내 국가들 사이의 경쟁력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간극이 더 커졌다. 예를 들어 실질임금 비용(임금비용/생산성) 지수를 보면, 독일과 그리스 혹은 스페인의 경쟁력 격차는 지금 40% 수준이다. 그 격차는 유로 출범 전인 1990년대 중반엔 32~35%였다.”

-국가 재정 위기가 과도한 복지비 지출에서 비롯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0년 동안 복지는 경제성장에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에선 2007년 이후 재정적자의 3분의 2 이상이 세금 감면 때문에 발생했다. 2007년에 통과된 감세만 없었더라면, 현재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매우 적었을 것이다. 물론 복지국가의 경영상 비효율성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복지비가 재정적자의 주된 요소는 아니다. 재정적자는 세금 감소에서 비롯했다고 보는 게 훨씬 정확하다.”

-위기가 지속되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격차가 커져만 간다.

“부자와 빈자가 아니라 부자와 나머지 계층(중산층을 포함한)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 격차는 위기와 함께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첫째 이유는 가계소득과 노동소득이 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 연간 단위 생산성 증가율이 2.5~3%인 데 반해, 가계 및 노동소득 증가율은 1%에 그쳤다. 그 불균형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둘째 원인은 조세 구조에서 기인한다. 점점 더 조세 감면 규모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여름 대통령이 자본세와 소득세를 포함한 모든 직접세가 소득의 50%를 넘을 수 없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는 결국 과세자들 중 상위권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세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부자들을 위한 조처다.”

-유로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유로존 체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유로존이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몇몇 나라들이 유로지역에서 탈퇴하는 방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 가능한 또 하나의 해결책은 독일이, 유대관계가 돈독한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등과 함께 유로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들 나라의 탈퇴는 유로화의 붕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한 다른 형태로의 변화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셋째 방안은, 앞서 얘기한 유로화 자체가 단일통화에서 공동통화로 변화하는 것이다.”

파리/글·사진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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